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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책장

"발라드는 싫어요" 를 읽고 -이어지는 쇳소리로 나를 울리고 싶다.

임**** (ip:)

마지막은 없다.

김동희 에세이 <발라드는 싫어요>에서 마지막 오디션 편을 읽고

 

 

새로 옮긴 작업실 바로 옆에는 화수분 제작소 출판사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화수분 제작소가 발간한 가수 김동희의 에세이 <발라드는 싫어요>에 대한 홍보 글이 눈에 띄었다. 이 에세이집에서 화수분 제작소가 발췌한 김동희의 글 중 몇 군데 문장이 내 맘에 들어왔다.

 

당장 책을 사서 읽어 보니 연이은 실패와 고립, 외면, 배제 속에서 굳어 버린 나의 영혼을 노래로 버터온 이 가수의 글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마다 표현하고 싶은 내면의 울림이 있다. 그리고 그 울림에 어울리는 매개체가 있다. 나는 노래도 그림도 글도 자신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노래가 육체의 목소리라면 글은 생각을 드러내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두 번의 성대결절로 그녀는 고음을 잃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삶에서 노래는 불안하고 쾌적하지 못한 월세 살이, 아르바이트 육체노동의 고통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그녀 만의 존재 이유였다. 성대결절로 그녀가 노래를 쉬고 고음역을 잃고 그리고 이 작가가 노래를 작곡하는 과정은 자신의 성대 상태에 맞는 노래를 부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 과정은 자신의 내면의 축적되어 내면의 소리를 표현하는 글이 된 것이다. 그리고 삶의 고통이 집약되어 그녀가 만든 곡은 자신이 담긴 것이다.

 

그녀는 흉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즉 흉터는 마음의 상처를 그녀 스스로 자신의 육체에 새긴 결과이다. 그녀는 자신의 흉터가 제때 치료받지 못한 마음의 상처라고 적었다.

“내가 나이고 싶지 않을 때마다 날카로움을 들어 뭉뜩한 나를 그었다. 나조차도 내 편이지 못했던 날이 많았다,”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삶이 남긴 마음의 상처, 노래가 남긴 상처, 나이기를 인정하지 못했던 상처는 흉터로 남았지만 가수에서 싱어송라이터로의 과정은 자신을 인정하고 노래가 내 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진화했다.

 

작가는 마지막 오디션 편에서 몇 번의 외면 속에서 마지막 오디션에서 타인의 인정을 받게 된다. 그녀의 글처럼 썩은 동아줄 하나 잡지 못한 나는 그녀처럼 타인의 인정을 받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외면과 무시 속에 내 작품을 묻기 싫었다. 그래서 그녀의 몇 번의 좌절과 외면에 공감한다.

 

이 작가처럼 삶에 치열하지 못했지만, 젊은 시절을 모두 쏟아부었던 일로부터 배제되어 차선책을 선택한 미술작가의 길은 쉽지 않았다. 청년기 사회를 대상으로 내가 구상하고 만들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제도를 만들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 존재 이유를 느꼈지만, 패거리와 폐쇄적 결정구조는 나 스스로 그 길에서 나오도록 했다.

 

미술의 길은 스스로 생각하며 만드는 길, 열린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곳 역시 폐쇄적이며 제대로 된 발표의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수없이 공모를 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성공했고 떨어지는 것이 더 많았다.

작가가 성대결절 이후의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좌절과 일어서기를 반복했듯이 나도 수없이 공모에 떨어져 좌절하면서도 작업실을 뜨지 못했다.

 

나는 아직 마지막 오디션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내세울 대표작도 없다. 그래도 내 생애 마지막 전시회를 꿈꾸며 ‘계속’을 맘속에 외우며 걷는다.

뭐하나 달성하지 하지 못한 실패의 연속인 나는 그래서 “발라드는 싫어요”라는 책 제목이 좋다. 작가는 다른 의미에서 발라드가 싫은 이유를 고음의 점층적인 구조와 서정적 멜로디로 꾸며진 전형화된 음악에서 찾는다.


나는 춤출 만큼의 성취도, 서정적인 흐름에도 나를 맡길 마음의 여유도, 느릿한 흐름에 나를 맞출 마음의 리듬도 없다. 간절하게 내면의 목소리를 크게 토해내는 것에는 왠지 락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고립의 공간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쇳소리로 나를 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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