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에 익숙해지는 중입니다

혼자 살면 자유롭고 행복한 날들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겁도 많고 혼자 할 줄 아는 것도 없었을 뿐더러, 외로움도 많이 타서 하루하루가 우울할 뿐이었다.
나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혼자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고, 그러다 보니 혼자의 삶에도 여유가 생겼다.
만약 내 동생이나 친구가 독립을 결심했다면 어떤 이야기와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그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마침내 작은 책이 되었다.
이 책이 혼자 살고 있는 도시의 우연한 여행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웃음이 되기를 바란다.

혼자 산 기간이 그렇지 않았던 기간과 가까워지고 있다.
대범하지만 겁이 많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낯을 가리며,
혼자 있는 게 지겨우면서도 혼자 있고 싶은 모순적인 사람이다.
유쾌하고 다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
천문학 에세이 『별자리들』을 썼다.

1 _ 프롤로그
느린 사람

2 _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혼자에 익숙해지기
나를 달래는 밤
불효자 모먼트
나는 나의 보호자
혼자 사니까 요리 잘하겠네?
우리의 연애는 왜 이토록 힘이 들까
엄마는 좋겠다
내가 누군가와 같이 살 수 있을까
내가 왜 이 도시를

3 _ 독립은 처음이라
열한 번째 이사
독립 초보를 위한 안내서 1: 집 구하기
독립 초보를 위한 안내서 2: 웰컴 투 던전
1인 가구 필수 가전
세입자가 갖춰야 할 세 가지 복
주말에 뭐 하세요?
빨래를 개다가
우리에게 필요한 잔의 개수는
원 플러스 원은 사양할게요

4 _ 당신의 혼삶은 안녕하신가요
수박
보일러가 알려준 소확행
이웃집 케니지
만약 내가 아무 연락도 없다면
이 도시에 집이 있다는 건
아이 엄마도 아니고 견주도 아니어서
나를 위한 도시락
잘 살아요, 우리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야

5 _ 에필로그
도시의 우연한 여행자

한 대학 후배가 대학생이 되면 꼭 해야 하는 것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혼자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선배로서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인 것 같다. 혼자에 익숙해진다는 건 단순히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느라 잊고 있던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와 대화를 나누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이 시간 동안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라고 대충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을 대할 때처럼 나를 대해야 한다.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낼 때 더 잘 차려입고, 더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한다. 나와 이 시간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