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한 날 서울 타령

"서울은 계란 노른자, 경기도는 계란 흰자라고?"
노른자 서울을 감싼 흰자 수도권에 살면서
어린 시절 내내 대학은 인서울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서울에 취업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서울에는 앞서가는 감성과 안락한 삶이 있다고 착각한 채
그렇게 허구한 날, 서울 타령을 했습니다.

서울을 동경하며 살아온 시간,
서울의 민낯을 보며 깨져버린 환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마지 않는 나의 도시, 나의 서울.

서울에 얽힌 시시콜콜한 추억과 별의별 생각을 담아 한 권의 에세이를 펴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깃든 글 속에서
당신의 서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민희
콘텐츠 에디터. 살면서 가장 꾸준히 해온 일이 글쓰기인데 정작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는 건 주저했습니다. 침잠해있던 쓰고 싶은 마음이 터져 나와 독립출판이라는 일을 벌였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 30년을 살면서 늘 서울에 가고 싶었고, 서울에 거주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도 서울이 고픕니다. 갈수록 깊어지는 도시에 대한 애정을 담아 이 책을 썼습니다.

Instagram: @_jominhee_

프롤로그
서울, 오랜 시간 꿈꿔온 도시 10

1장 서울에 대체 뭐가 있길래
쌀쌀맞은 서울 사람 16
엄마랑 서울 나들이 22
청계천을 걷던 18세 소녀에게 28
잃어버린 인서울의 꿈 32
지하철 인성 테스트 40
한남동의 신데렐라 46
지하철 수면의 고수 52
“왜 맨날 서울에서만 만나?” 58

2장 서울에서 잘 살고 싶다
꿈과 희망이 자란다, 가로수길에서 66
미생의 도시, 완생을 향해 74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80
평생 경기도인의 서울 입성기 88
No one Knows Nowon 96
인스타그램 앤 더 시티 102
각자의 속도로, 달리자 서울 110
지하철 타고 캠핑을 갑니다 114

3장 흩어놓은 기억이 너무 많아서
잠실주경기장에서 하늘색 풍선 휘날리며 124
녹두빈대떡이랑 육회 먹으러 갈래? 132
홍대 클럽 데이를 아시나요? 140
사라진 잠실포차 위로 마천루가 솟았다 146
진화하는 이태원, 모두 모여 이태원 152
척박한 맥주의 땅에 새 시대를 연 거리 160
동묘에 가려거든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168
힙지로의 흥망성쇠 176

4장 좋았다가 싫었다가, 도시의 두 얼굴
침 뱉는 도시 184
조용필부터 RM까지, 서울의 노래 190
태국 국민 영화의 배경이 서울이라고? 198
차가운 도시에 온기가 절실할 때 204
익선동, 링딩동, 젠트리피케이션 210
압구정 4번 출구로 다 모여라 216
광화문, 광장의 존재 이유 224
무너진 다리와 백화점의 비극 위에 232

에필로그
영원히 사랑할 도시 238

어린 시절 상상 만큼 매일매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고, 서울이 마냥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개를 돌리고 싶을 만큼 지긋지긋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 서울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이 고프다. 이 도시에 살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욕심은 자꾸 커진다. 부족한 것 없이 사는 것 같은데도 계속 무언가에 굶주려 있는 느낌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왜 계속해서 욕망하게 하고, 꿈꾸게 하고, 이토록 사람을 설레게 할까.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을 찾게 하는 이 도시의 에너지가 때로는 고맙고, 때로는 숨 막힌다.
-프롤로그 (10p)

때로는 한 사람이 도시에 대한 인상을 정한다. 다정한 현지인의 도움을 받은 여행지는 오랫동안 좋게 기억되고, 소매치기를 당한 도시라면 정반대일 것이다. 어린 시절 꽤 오랫동안 그분에 대한 인상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정의했다. 무심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가득한 서울은 무정한 곳. 어리바리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쌀쌀맞은 서울 사람 (17p)

지하철을 타면 탈수록 악마가 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누가 서있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진짜 자는 날도 있지만, 정신이 멀쩡할 때에도 눈을 뜨지 않았다. 갈수록 뻔뻔해져서 눈을 뜨고도 앞이 보이지 않는 척 하는 날도 있었다.
-지하철 인성 테스트 (42p)

서울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만날 때 약속 장소는 당연히 서울이었다. 그게 너무 당연해서 안산에서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건 생각도 못해봤다. 서울에 가는 건 늘 좋은 일이었지만, 약속 시간 2시간 전에 집을 나설 때나 자리를 파한 후 한참 집에 가고 있는데 벌써 다 가서 샤워까지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는 친구 문자를 받으면 서러움이 몰려왔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왔다 갔다 하는 데 인생을 허비하고 있을까. 억울해하면서도 서울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왜 맨날 서울에서만 만나?” (58p)

‘강남 너무 사람 많아 홍대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 UV가 JYP와 함께 ‘이태원 프리덤’을 발표했을 때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에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노래 가사 대로 우리는 모두 이태원에 모이기 시작했다.
-진화하는 이태원, 모두 모여 이태원 (15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