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명 | 첫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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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첫사랑
저자: 지은이: 이반 투르게네프 옮긴이: 임지연
출판사: 디자인이음
출간일: 2022-08-29
분야: 소설
제본: 무선제본
쪽수: 155p
크기: 105*150 (mm)
ISBN: 9791192066158
정가: 5,000원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책
모두들 점점 더 책을 안 읽는다고는 하지만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은 여전하다. 문학을 가까이하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이음이 새로운 문학 선집을 준비했다. 책이 가장 낭만적이었던 시절의 문학을, 책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문고판의 책 안에, 책이 낯선 사람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엄선하여 담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실 때도 잠들기 전에도 잠시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훌쩍 떠나는 여행길에도, 늘 당신의 손 안에 활자의 낭만을 가득 담아줄, 당신의 첫 번째 문학, ‘이음문고’를 만나보자.
섬세한 필치와 예리한 감각으로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우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첫사랑〉 열여섯 살 청년 블라디미르는 연상의 여인 지나이다를 만나 강렬하고도 낯선 감정에 빠지게 된다. 투르게네프는 처음 느끼는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는 풋풋한 청년 ‘블라디미르’와 남성들을 사로잡은 아름답고 우아한 ‘지나이다’를 특유의 필체로 선명하고도 완성도 높게 그려낸다. “그날부터 나의 열정이 시작되었다고 말 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나의 고통도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첫사랑의 아픔과 성숙의 내적 여정을 탄탄한 구성과 풍부한 기교로 그려낸 이 소설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거장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Иван Сергеевич Тургенев, 1818~1883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불린다. 1818년 중부 러시아의 스파츠스코예 마을에서 태어난 투르게네프는 오랜 귀족 가문의 핏줄을 타고난 어머니와 영락한 가문의 장교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귀족적인 가정교육으로 프랑스어와 영어, 독일어에 능통했다. 어머니는 기도조차 프랑스어로하게 했지만, 그는 농노에게 러시아어를 배웠고 훗날 러시아의 대문호로 자리 잡는다. 페테르부르크대학에 들어가서는 스탄케비치를 비롯한 러시아 이상주의자들을 만나고 서구주의자들과도 친밀하게 지낸다. 냉정하고 거친 어머니에게 반감을 가졌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천여 명의 농노를 해방시켰는데, 이는 러시아 귀족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여행기 형식으로 쓴 「사냥꾼의 시기」는 농노 제도의 폐해를 시적으로 폭로했고, 「전날 밤」에서는 농노 해방 직전의 러시아 사회와 정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렸다. 하지만 1861년 러시아 사회의 현실과 흑백 논리에 환멸을 느껴 파리로 떠난다. 그 후 푸시킨을 비롯한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유럽에 소개하고 내면 세계와 일상을 다룬 「여단장」 「불행한 여인」 「봄물」 등을 발표한다. 생의 대부분을 타국에서 보냈지만, 그의 작품에는 사회와 현실 그리고 조국 러시아의 풍광이 굳건한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25페이지
“우선 당신은 나를 지나이다 알렉산드로브나라고 불러야 해요. 둘째, 아이들 그러니까 젊은 신사들이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건 정말 이상해요. 그런 건 다 큰 어른들이나 하는 거죠. 당신, 나를 좋아하죠, 그렇죠?” 그녀가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 굉장히 기쁘면서도약간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가 한낱 소년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최대한 진지한 태도로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물론 당신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지나이다 알렉산드로브나. 그 사실을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36페이지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단순하면서도 멋지게 차려입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보다 우아해 보인 적은 없는 것 같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곱슬머리에 쓴 회색 모자도 이보다 멋져 보이진 않았다. 나는 지나이다 쪽으로 갔지만 그녀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다시 책을 들고 걸어갔다.
50페이지
해가 떠오르자 번갯불도 약해지면서 잦아들었다. 번개는 점점 잦아들더니 마침내 떠오르는 태양의 선명한 빛에 잠기고 말았다. 그리고 내 안의 불길도 꺼졌다. 피로와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지만, 지나이다의 얼굴은 내 영혼 앞에 의기양양하게 떠다녔다. 하지만 훨씬 안정되어 보였다. 습지의 수풀에서 날아오르는 백조처럼, 그녀의 얼굴은 주변의 아름답지 않은 것들과 선명히 구분되었다. 나는 잠이 들면서 신뢰가 깃든 흠모를 담아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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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아. 모녀가 품위라곤 조금도 없구나.” 어머니가 명령하듯 말했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시험 준비나 해라.” 어머니가 내 공부를 염려하는 건 이런 몇 마디 말이 전부라는 걸 알기 때문에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내 어깨를 감싸고 정원으로 데려가서는 자세킨가에서 본 걸 전부 털어놓게 했다.
59페이지
그녀는 나를 바보 취급하고, 놀리고, 괴롭혔다. 다른 누군가에게 종잡을 수 없고 무책임하지만 위대한 기쁨과 심오한 슬픔의 유일한 근원이 된다는 것은 달콤한 일이다. 나는 지나이다의 손에 놓인 밀랍과도 같았다. 그녀에게 빠진 건 나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집을 방문하는 남자마다 그녀에게 빠져 허우적댔고, 그녀는 그들 모두를 자기 곁에 묶어두었다. 갖가지 희망과 두려움으로 그들을 자극하고, 변덕에따라 그들을 얽히게 하며 즐거워했다. 그녀는 ‘서로 다투게 하기’라고 불렀는데, 다들 저항할 생각조차 않고 기꺼이 순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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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돈스키수도원에서 평온하면서도 서글픈 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보고 종소리를 들으며 기쁨과 환희, 미래에 대한 불안감, 욕망, 삶의 두려움이 혼재된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곤 했다. 그때는 이 모든 걸 이해하지 못했고, 내 안에서 들끓는 이런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도없었다. 아니, 이 모든 걸 하나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다. 지나이다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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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데. 그녀가 바라보기만 하면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의 소유가 되어버리는 것을. 15분쯤 지나서 생도와 지나이다랑 셋이서 달리며 술래잡기를 했다.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웃느라 퉁퉁 부은 눈에 눈물이 맺히긴 했지만, 나는 웃었다. 목에는 넥타이 대신 지나이다의 리본을 매고 있었다. 가까스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을 때는 환희의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누군가와 하고 싶었던 걸 나와 함께 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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