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일의 쓸모

매일 즐거운 일을 찾고 있다. 맛있는 커피를 매일 만들지만 매일 커피가 맛있지는 않다. 가끔 즐겁고 어떤 날은 쓰다. 매일 원두는 같고 매일 맛은 다르다. 까다로운 사람이다. 내 까다로움은 일할 때도 나타난다. 어떤 날은 일이 정말 재밌고 어떤 날은 일이 너무 지루하다. 나의 까다로움은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가 하는 질문에서 온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 나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꿈이라는 글자로 포장해 노량진에 살기도 했다. 지금 나는 비록 초록 앞치마를 입고 있지만 다행히도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이 있다. 독립출판과 글쓰기가 그 엔진이다. 매일 주유했던 책과 글이 나를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글을 쓸 때면 마음이 부릉부릉한다. 내 몸은 90년식 가끔 삐걱거리는 자동차지만 마음으로 고급유를 넣고 있다. 서른이 넘어서 만난 독립출판과 글쓰기의 재미로 살고 있다.
"나는 쓰는 사람이 될수록 부드럽고 단단해지고 따뜻해진다. 나는 쓰면서 나를 만난다."
아, 나는 왜 이리도 책을 잘 팔지 못할까. 자기소개를 하기도 전에 처음부터 너무 사사로운 이야기를 꺼내 죄송한 마음이다. 다만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아마도 책을 만들고 싶을 것이고, 어쩌면 이미 만들어 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절로 하소연하고 싶었다. 나의 고민은 책을 계속 만들고 싶은 것과 잘 팔고 싶다는 것이다. 인세로 부자가 되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책을 계속 만들어도 될 만큼만 벌고 싶다. (이렇게 생각해서 조금씩만 버는 건가 싶기도 하다) 독립출판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기세가 등등했다. 스물아홉의 봄과 여름을 노트북 앞에서 보내고서야 만든 첫 책이 그해 가을과 겨울을 따뜻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더 이상 취업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마저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등바등 일을 구해야 했다. 그와 동시에 어떻게든 꾸역꾸역 책을 만들었다.
"저는 책을 계속 팔고 싶습니다. 사실 파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즐겁습니다만, 제 책을 누군가가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이성혁
석영

#1
독립출판 숲 속 고동치는 글쓰기 생활

이성혁

돌이켜보면 남들과 다른 스무 살이었다 11
혼자하는 일은 잘했다 14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던 것 18
지겹게 이야기하는 나의 실패에 대해서 22
아무튼 그렇게 정리하고 24
그렇게 찾아온 글쓰기 글쓰기는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첫 걸음이었다 1127
그때 되어서는 또 어떤 마음일지 모르지만 31
독립출판이라는 세계 34
얻은 것은 바로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39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43
무형의 글에서 유형의 책으로 45
글쓰기를 시작하고부터 아주 조그만 습관이 생겼다 50
퇴고는 마음의 재건축 52
중요한 날이 가까워질수록 잠들지 못한다 56
내 책을 보는 사람들을 보는 일 60
책을 읽고 질문하고 생활을 나누고 싶다 64
같이 시작하는 에세이 68
첫 워크샵 시작 그 떨림 70
독립출판을 사랑하는 사람들 특징 77
그들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78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밤은 피곤하지 않다 81
꾸준함에 대하여 생각했다 83
해방촌 갈 때마다 85
내가 카페에서 들은 말 86
N잡러의 기쁨과 슬픔 89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 92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맙시다 95
독립출판은 또 이렇게 나를 변화시킨다 97
위로는 위로를 준다 100
나도 내가 어떤 내가 될지 모르지만 104


#2
내 책은 왜 팔리지 않을까?

석영

책 만듭니다
잘 팔지는 못하지만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113
처음부터 못 판 게 아니고요 116
내 책은 왜 팔리지 않을까? 120
그럼에도 책을 만드는 이유 124
앞으로 자주 뵐 것 같네요 130
책 만들어도 되나요? 136
당신에게 독립출판이란? 142
책 팝니다
책 어떻게 팔아야 되나요? 147
독립출판 축제가 뭐예요? 151
독립출판페어 실적 보고드립니다 156
책방직원이 되었습니다 1161
교보문고에는 없는 책입니다 166
북 마케팅,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171
그럼에도 계속 팔고 싶습니다 175


부록 | 대담 “작업을 마치며”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