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에 보태어질 작은 증명이 될 수 있을까

이쯤이면 괜찮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십 년간의 우울증 이야기를 엮은 책을 내고, 부여잡은 일말의 희망이란 것도 분명 있었으니 이제는 정말 다음이라는 것으로 가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자주 멈춰 섭니다. 지독하게 엎어지고, 지난날의 깨달음을 전부 부정하며 뒷걸음질 치기도 하고요. 어느 여전은 여전한 채로 계속됩니다. 그렇다면 이 시간이 나의 다음인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에 보태어질 작은 증명이. 나는 될 수 있을까요?

여러 형태의 기록을 남기며 살아요. 이연이라는 이름으로 <죽는 건 취미 사는 건 특기>, <내일부터 거짓말-대체로 관계에 관한 이야기>,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공저)를 출간했습니다.

생각하는 순간 시작되잖아

재해가 아니다 16
필사적인 추억 만들기 18
비린 꺠달음 20
끝내 모르거나 기억나지 않음 22
원하지 않음 24
고해성사 26
첫차 27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29
사람 사람 사람 31
고작 그런 말 33
선택지 34
새벽 네 시 36
나드, 리브 37


알고도 계속

희미해지고부터 46
유해함 52
알고도 계속 56
분실 58
혼란 60
여기에 있어 62
어렵지 않은 일 66
히코 67
본(本) 70
정병일기 76


어떤 말은 기도

통화 84
차별하는 마음 85
인사 88
어떤 말은 기도 89
해가 또 지나는 중 90
골목에서 골목으로 92
등대 98
그게 좋았다 100
그러려면 103
소식 104


미필적 증표

원치 않는 방향으로 108
중간점검 112
마음과 마음과 마음과 마음 114
단순한 이유 118
너무 많은 현재 120
어느 날 121
여전히 세상 124
미필적 증표 126
그런 안부를 쉬이 건네지 못하는 건 129
바라는 사람 131
광경 133
오래된 시간 134
수습의 날들 135
여기에 있자 137
전진희를 반복해 듣던 새벽 139
연락은 다시 오지 않았다 142
책방에서 146
다시 적을게 148
이곳 그곳 150
문장 152
그럼 이만 156
별일 없는 날 157
시 158
연말결산 160


바라는 마음이 구원

작동원리 170
Grow 171
구원 174
밤기차 177
퇴장 180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184
시간은 흐르고 있어 185
0 187

지나는 나무 전부 베어 넘기며 걸었다
더는 숲이 아니게 되고 나서
이게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단지 필요했던 것
보이지 않아서 고개를 잡아 세우는 어둠이

우리는 평생 막연함에 안도했던 것
가능성에 목맨 것이 아니라
염원으로 밧줄을 잊은 것

1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