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사랑을 아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이 세상에 슬픔이라는 단어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에세이 '우리는 사랑을 몰라서'는 다섯명의 작가가 각자의 경험에 빗대어 사랑에 대해 서술한 글들의 모음집입니다.
일상에 스며든 사랑을 잔잔하게 써내려 간 김앵두 작가,
사랑의 시작과 종료에 대해 담백하게 써내려 간 H 작가,
풋풋한 사랑의 기억의 단편을 써내려 간 시훈 작가,
품어질 수 없는 마음에 대한 아픔을 써내려 간 선지음 작가,
사랑 후에도 사랑이 가득했던 추억을 써내려 간 탈해 작가의 글들 속에서
내 사랑의 그림자를 발견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의 빛이 아름다운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 색으로마저 빛이 나기 때문이라고 믿는 다섯 작가의 글을 통해
아무 빛의 사랑과 마주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김앵두>
김경환과 한미옥의 첫번째 분신
‘다가선 안녕을 끌어안은 채 소리 내어 오래 울었다.
너는 굽어 살피지도 않았던 연약한 우리의 안녕. 진심은 이렇게 폐가 아프다.’
인스타그램 @nubenubebbo
<H>
계속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무언가는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내게 절망은 빗속에 우산없음이 아니었다. 나를 잊으려는 당신이었다.’
인스타그램 @hezinnnnnn
<시훈>
1997년 부산 출생. 저서로 <나를 오래오래 켜두었다>, 공저 <가사를 모르는 노래>, <각자의 섬>이 있으며 주머니시에 참여하는 등 문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먹을 쥐어 손톱으로 손바닥을 찔렀다. 지금 이러고 싶은 게 아닌데, 너랑 더 웃고 싶은데, 나의 침묵을 극복하고 싶은데.’
인스타그램 @write_see_hoon
<선지음>
삶과 숨에 배어진 글로 마음속 꽃을 피워냅니다
‘세상은 여전히 무섭도록 넓고 너는 아프도록 잔인하며, 나는 미치도록 작구나.’
인스타그램 @wldma_
<탈해>
아무튼 어쩌다 보면 꼭 뭔가를 쓰고 있는 작은 한 사람
‘사랑하지 않는 건 분명 아니고, 사랑해요. 굳이 말하자면 이게 더 낫겠지요.’
인스타그램 @tristerooo
그녀가 건넨 수 만 가지의 단어와 문장들이 당신에게 닿지 못하고 그녀의 자리로 돌아와 발밑에 쌓인다. 온통 당신으로 뒤덮인다. 머리끝까지 잠겨도 좋을 당신은 어디쯤에 있을까.
<김앵두_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중에서, 23p>
랑이 영원히 반복될 진부한 클리셰가 된다고 하여도, 그 단어 하나로 우리는 여전히 길이를 재고, 부피를 측정하며 삶을 건축하며, 또 모른 척 기대하는 날들이 많을 테니 내성이 생겨 버릴 것 같아서 피해 버린다는 핑계는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
<H_ ‘미처 끝내지 못한 것들과 미처 시작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미처 잊지 못한 것들’ 중에서, 120p>
당신의 편지를 달빛 아래 받쳐 들고 ‘나는 못난 사람이니 이렇게 될 건 당연한 일이었어’라고 생각하는 어느 밤. 생각이 점점 자책이 되어 가슴 언저리가 자꾸 시큰해지는 게 아니겠어요. 당신이 떠나서 아픈 걸 보면 나도 당신을 사랑했나 봅니다. 그런데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당신을 힘들게 했군요. 뒤늦게 눈물이 나옵니다. 펑펑 웁니다.
<시훈_ ‘사랑은 우리에게 앞으로도 남을 일이어서’ 중에서, 144p>
아무리 가도 닿지 않는 사람이다, 당신은. 처음 만났을 때의 차가운 공기는 저 멀리 사라졌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는데,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고 당신은 여전히 한참을 멀리 서 있다.
나와 같은 마음인 줄 알았건만. 그 같은 마음이란 것은 몇 마디 공허한 말과 함께 내게 오기도 전에 사라진다. 내게 닿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거리가 너무 먼 탓일까, 아니면 애초에 그댄 내게 어떠한 말도 보내지 않았던 탓일까. 전자와 후자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대의 의지가 확고했다면 발걸음을 팔아서라도 내게 마음을 전달했을 테니까.
<선지음_ ‘조금 더 살아봐요, 우리 아직 사랑하고 있잖아요’ 중에서, 290p>
당신은 같은 우주에 있겠지. 영영 다른 우주로 나뉜 것만 같은데, 그래도 이 우주에.
하다못해 나는 빛처럼 내달릴 수 없고, 같은 우주는 빠름보다 더 빨리 멀어져 간다. 먼저 가 닿았다 느끼는 마음을 배신하는 그런 감각이 있다. 눈부신 햇살, 부는 바람, 찬 공기의 냄새, 거칠거나 매끈한 바닥과 벽, 잘못 내린 커피 뒤에 집요하게 남는 쓴맛. 내가 느낄 수 있고, 그래서 나를 느끼게 하는 모든 곳에서 나는 존재하고, 결국 온 있는 몸으로 너의 부재를 느낀다.
<탈해_ ‘사랑은 알 수 없는데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중에서, 32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