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괜찮은 하루다.

외면했던 우울과 불안을 마주한 기록
"제가 괜찮다고 했을 때 저는 안 괜찮았어요."

<안 괜찮은 하루다>는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말하며 감정을 외면했던 저를 마주한 기록입니다. 가장 우울한 시기를 보냈던 올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인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책에 담았습니다.

제가 우울장애래요.
몇 년 전부터 갑작스러운 우울과 불안을 마주하고, 매일 새벽에 잠이 깨던 저는 정신과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우울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 쪽 귀가 윙윙대고,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으면 새벽에 깨서 억울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게 우울장애의 흔한 증상이었습니다.

‘나 안 괜찮은 거 맞아?’
한동안 제가 안 괜찮은 게 맞나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좋아졌다가도 급속히 안 좋아지는 감정 안에서 저는 안 괜찮음을 의심하는 에너지 자체가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완치가 어려운 우울장애
눈에 보이게 아픈 것도 아니면서 완치는 어려우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약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저는 가족과 친구들의 보살핌과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의 격려로 우울함을 덜었습니다. 겨울에 계절성 우울증이 심해 홀로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약, 사람들과의 관계, 여행, 운동을 하며 일상을 유지해 가고 있습니다.

광고대행사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씩씩한데 우울합니다.
에세이 <광화문 산책자의 글>과 인터뷰집 을 발간했습니다.

인스타그램 @hyegaang에서 책이 나오는 과정과 저의 일상을 확인해 주세요.

여는 글

23년 2월
- 무거운 마음의 기록
- 한 겨울에 반스 어센틱
- 자동완성어 ‘불편한 사람’
- 3월 추위는 견딜 수 없어서, 비행기 티켓을 사다
- 큰 마음 먹고 산 캐리어, 앞으로 잘 부탁해
- 헤비 워커에겐 여름이 필요해
- 엄마가 준 여행용돈 100만원
- 타인의 예민함에 무심하기
- 애쓰는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23년 3월
- 추워서 떠난 여행
- 여행가기 일주일 전, 여행 취소하고 싶다
- 우연한 격려의 힘
- 3월 16일_여행 첫째 날, 여행의 반이 지났다.
- 3월 17일_프로시작러, 이제 집에 가고 싶다
- 3월 17일_듣고 싶은 말
- 3월 18일_정오의 햇볕 너머의 일상
- 3월 19일_더듬더듬 쓰는 마음으로
- 3월 20일_SF가 나에게 오다
- 3월 21일_따뜻한 말을 마음에 품고서
- 3월 22일_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갈 준비
- 3월 23일_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 숨구멍 틈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23년 4월 ~
- 여전히 괜찮지 않지만, 지낸다
- 가만히 있는 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 고양이가 나를 본다
- 팔자에도 없는데
- 감정 밑바닥을 조금씩 밀어 보며
- 신호등 앞에서 불안을 움켜쥐고
- 단단한 세계
- 나의 플레이리스트
- 다시 또 불안
- 어른이 아이의 마음으로 산다는 건

닫는 글

<단단한 세계>
나는 단단해지고 싶다.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히 그 너머를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주 3회 이상 요가원에 간다. 요가원에 가지 않을 땐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수련하고 있으니 꽤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요가하는 이유는 2년간 근력운동을 하면서 몸이 수축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다. 하루에 평균 7~8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 짧아진 헴스트링과 말린 어깨를 가진 몸뚱이로 무게를 치는 운동을 하니, 심지어 무게 올리는 데 집중했더니 정형외과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경직된 몸을 풀고 이완을 해보고자 선택한 운동이 요가다. 요가는 몸을 이완하는 운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 머릿속에 요가는 멋진 석양을 배경으로 마른 사람이 온화한 미소를 띠며 천국에 있는 듯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이미지였다. 긴장이 줄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며, 그리고 요가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마른 몸매를 가질 수 있길 내심 바라며 무려 1년 수강권을 구매했다.

그런데 웬걸. 내 예상과 달리 요가는 힘쓰는 운동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힘을 줄 때 제대로 줘야 하는 운동이었다. 요가 중 가장 힘들다는 아쉬탕가 요가를 할 때는 차투랑가 단다 아사나라는 자세를 20회 이상을 반복해야 한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팔다리 막대기 자세라고 하는데, 플랭크 자세에서 복부에 힘을 주고 팔꿈치를 90도로 만들어 바닥과 평행이 되게 내려갔다가 다시 상체를 바닥에서 꾹 들어 올리는 자세다. 괄약근과 배에 힘을 잔뜩 줘야 하는데 이 자세뿐만 아니라 요가 자세의 대부분이 상체는 힘을 풀고 하체는 힘을 빡 줘야 제대로 된 자세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힘들면 상체에 힘이 들어간다. 나도 모르게 입에 힘을 주고, 미간을 찌푸린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 나를 보며 선생님은 상체에 힘을 주면 어깨에 담이 온다고, 저 멀리 응시하고 입에 미소를 띠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소를 띤 채 요가 하는 여자는 없고, 억지로 입꼬리만 올리며 땀을 뻘뻘 흘리는 괴상한 나만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한 시간 동안 하체에 힘을 주고 상체에 힘을 빼는 것에만 집중하자 다른 생각할 들어올 틈이 없어졌다.

첫 달에는 요가 중에 저녁 식사 메뉴와 내일 업무 고민이 가득했지만, 자세를 제대로 취하는 데 집중하자 자연스럽게 일상의 생각에서 벗어났다. 스트레스로 뜨거워졌던 이마가 요가가 끝나면 차가워지고 볼이 발개졌다. 요가 수련을 통해 힘 빼기만이 이상적인 상태는 아님을 배운다. 힘을 뺄 땐 빼고 줄 땐 줘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줄 때가 내 마음이 편해지는 이상적인 상태임을 배운다. 단단한 하체와 딱 벌어진 어깨와 조금 두꺼운 팔뚝이 요가하기에 이상적인 몸임을 알게 된다.

나는 단단해지고 싶다.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히 그 너머를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안 좋은 것들이 나의 내면을 쉽게 찌를 수 없도록, 찔리더라도 이 과정을 겪고 남은 상처가 오래 남지 않도록 나를 단단히 만들고 싶다. 내 마음과 몸이 단단해지는 세계가 나를 위한, 내가 원하는 세계임을 요가하며 배운다. 몸의 균형을 맞추고, 저 너머를 응시하며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나를 만들어 간다. 당분간은 부단히 땀을 흘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