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마주 보며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어.’
전하지 못해 아무도 모를 마음이지만 언제나 그 마음은 변치 않고 여기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허무하고 공허해졌지만 나는 이따금씩 누군가의 오랜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는 순간만큼은 꽤나 많은 채워짐을 받는 듯했다. 후회는 매번 늦지만 그 마음은 영원하며 귀한 것이니까. _9쪽 ‧ <프롤로그> 중에서
너의 향기를 내가 많이 좋아했지.
그 향기가 자꾸만 나를 뒤돌아보게 했어.
언제나 너의 향기에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네가 내 앞에서 걸어갈 땐 널 뒤따랐고
네가 내 뒤에 있을 땐 자주 뒤를 돌아봤어.
그럴수록 내 걸음도 느려졌지. _24쪽 ‧ <향기로 남는 사람> 중에서
요즘 나에게 좋은 일이 있어.
오랜 마음을 보답받듯이 짧은 시간 동안 좋은 것들이
나에게로 와줘서 벅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
매일매일, 매 순간이 신비하고 소중하고 감사해.
‘좋은 일’이라는 거, 나에겐 너무 오랜만이거든. _62쪽 ‧ <좋은 날> 중에서
나를 고백할 때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길이 좋아.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야.
눈길의 잔상들.
가끔씩 그 잔상들이 맴돌곤 했어.
어렵게 뱉어낸 나의 고백을 들으며
말보다는 눈으로 답해주니 말이야. _90쪽 ‧ <눈길> 중에서
그런 날이 있지요.
나의 하루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 것 같은
그런 날 말이에요.
아무도 나에게 힘을 내어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힘을 내려다가 부러지곤 하는 그런 날이요.
그러면 나는 그 부러진 모습으로 남은 하루를 버텨요.
어떻게든 버텨내요. _118쪽 ‧ <그런 날> 중에서
너는 나와는 다른 눈과 마음을 가져서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내가 보지 않는 것들을 보고
그렇게 내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지고 살겠지.
그런 눈으로 나를 오래 바라봐주면 좋겠다. _158쪽 ‧ <바라봄> 중에서
추천사
나는 늘 ‘용기’란 강하고 단단한 것이라고만 여겼는데, 작가가 ‘용기내어 쓴 편지’를 하나씩 읽어보자니 그것에도 다양한 모양새나 감정이 느껴진다. 작가의 그것은 비정형이기도 하고 잎사귀 모양이기도 하다. 슬프거나 기쁘기도 하다. 이토록 각양각색의 용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 손은경 · 일러스트레이터
어떤 문장은 너무 다정해서 아주 작게 접은 다음 누군가에게 몰래 주고 싶었다. 편지는 아주 은밀하고 개인적인 글쓰기의 형식이 아닌가. 읽는 내내 몰래 누군가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느낌이 들어서 부드럽고, 또 그냥 좋았다. - 이연 ·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