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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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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소외의 초상]은 총 28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단편 소설집입니다.
기본 정보
상품명 소외의 초상
판매가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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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정보

책 제목: 소외의 초상
저자: 김문
출판사: 십구금
출간일: 2023-07-01
분야: 소설
제본: 무선제본
쪽수: 500p
크기: 148*210 (mm)
ISBN: 9791198370501
정가: 20,000원


책 소개

“여러분들은 평소 마음속에 어떠한 질문들을 가지고 계십니까”

소설집 [소외의 초상]은 총 28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단편 소설집입니다.

<출판사의 말>

이 책에서 특이할 점으로는 첫 번째로 내지가 ‘회색’과 ‘흰색’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흰색 내지는 모든 대중들을 향해 열려있지만, 회색 내지는 “19세이하 열람불가”로 연령제한이 되어있다. 왜냐하면 회색 내지 안에는 적나라한 성애묘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의 성애묘사는 단순히 묘사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거나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정립하고 극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의 성애묘사가 포르노그라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에로티시즘의 영역으로 귀결되는 부분이다. 에로티시즘은 인간의 민낯이다. 우리는 민낯을 마주할 때 자유를 느끼며, 소나기가 오고 나서의 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딘가 반항적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변혁과 반항을 꿈꾼다. 소설은 예술과 소설에 대한 예술적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기존사회를 전복시키고, 어그러트리고, 인간의 욕망을 발현시킨다. 그리고 동시에 동화적인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야기로 삶과 선택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도 하다.

두번째로 특이할 점은 남성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대부분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보통 남성 작가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는 특이하게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 주인공들의 심리와 감각들이 놀랍도록 생생하다. 이것은 분명 신기한 일이다. 남성의 문체와 여성의 감각이 만나면서 생기는 묘한 분위기. 이 소설집은 정말 ‘묘하다’ 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첫 번째 소설인 [제주]는 도발적이다. 분명 어떤 독자는 선정적인 단어들로 인해 페이지를 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흡인력은 분명 뛰어나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제주]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제주도 게하에서 자신의 직업을 다르게 이야기한다. 그 지점은 욕망의 스노우볼이 되어 어떠한 다른 욕망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만든다. 소유는 공포와 욕망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소유를 하면 동시에 소외가 일어난다. 끊임없는 욕망은 주인공의 소외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소외의 모습들은 소설집안에 있는 수많은 캐릭터들의 공통된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의 제목인 [소외의 초상]은 이러한 주인공의 소외를 통해 현대인, 사회, 감정의 소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5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집이지만, 사랑, SF, 동물, 종교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저자 소개

서울 태생.

* 작가의 말

소설보다 더 재밌는 것들이 세상에 많아졌습니다. 글을 쓰는 저로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소설로 불러들일까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소설들입니다. 소설의 대부분은 짧고 가볍습니다. 저는 소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번 소설들로 어떠한 예술적 가치보다는, 소설을 읽는 독자님들에게 소설에서 느끼는 흥미와 재미를 선사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소설집이 담고 있는 이야기 중 해피엔딩은 거의 없습니다. 이야기에서 나오는 관계의 대부분은 이별을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별은 새로운 시작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하여 새싹을 꼭 쥐고 있는 겨울의 질감입니다. 겨울의 시선은 봄을 향해있습니다. 제 소설집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서 조금이나마 재밌고 흥미로운 봄의 시선을 가지셨으면 하는 마지막 바람을 전해봅니다.




목차

제주 : 제주도 게하에서 직업을 바꿔 말한다면
네안데르탈인 :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이 나타난다면
코알라 : 코알라가 귀엽지가 않다면
서하와 여름 : 완벽한 소개팅남 보다 엉뚱한 남자가 끌린다면
무당 : 무당과 연애를 하게 된다면
12년 : 인간이 무성으로 태어나 스무살에 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솔로계엄령 : 솔로계엄령이 선포되어 무조건 커플인증을 해야한다면
배꼽 : 모든사람들의 배꼽이 없어진다면
외계인 : 외계인이 퇴화되어 동물로 남는다면
치유 : 쌍둥이와 동시에 연애를 한다면
신의 이름 : 신이 사랑을 하게 된다면
원나잇 : 원나잇을 하던 여자가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이 사랑 :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사랑이 식는 사람이 있다면
잠 : 잠이 불법인 미래에 잠을 자게 된다면
더치페이 : 데이트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면
아이돌 :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돌이 있다면
문양 : 모든 사람 몸에 문양이 생긴다면
리경 : 아무도 믿지 않는 북한여자가 남한남자와 연애를 한다면
전생 : 모든 전생을 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완벽한 짝 : 만들어진 완벽한 짝이 있다면
래퍼 : 짝퉁 롤렉스를 파는 래퍼가 있다면
흡수 :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방의 능력을 흡수하는 사람이 있다면
봄 : 강아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위엄 : 왕의 위엄을 가진 사람이 21세기에 태어난다면
점 : 몸에 있는 점을 모두 지우게 된다면
러브워치 : 사랑을 측정할 수 있는 러브워치가 있다면
죽음의 접수 : 내가 원하는 죽음의 형태로 죽을 수 있다면
아보카도 : 영국 유학생이 틴더로 파리 워홀러를 만나게 된다면




책 속으로

제주공항에서 내리니 거대한 야자수가 나타났다. 서울과 제주는 비행기로 불과 한 시간 남짓이다. 그 한 시간 남짓의 시간 사이에 완벽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직선의 올곧은 햇살. 청아하고도 높은 파도. 낮고도 깊게 숨죽이고 있는 제주의 숲들. 부드러운 항아리를 닮은 오름의 굴곡들. 제주를 발음하면 입가에 미역이 찰싹 붙은 듯한 질감이 느껴진다. 끈적거리면서도 아득한 제주의 밤공기. 담벼락과 해안가에 있는 검은 돌들. 제주의 집들은 낮아서, 집 너머 구름들이 잘리지 않는다. 같은 언어를 쓰는 이국적인 섬나라. 육지와의 완벽한 단절. 제주가 묘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이 수많은 풍경들 중에 각자가 기대고 있는 한구석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묘하고 몽글한 제주에 있으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나도 제주에서 이상해졌다. 첫 번째는 이상한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 [첫 페이지]

시릴은 피를 받자마자 곧장 연구실로 향했다. 심장이, 젊은 날 ‘나단’의 뼈를 발굴했던 그때의 시릴처럼, 강렬한 피스톤 운동을 했다. 연구실에 도착한 시릴은 남자에게 받은 피를 스포이트로 빨아들여 약 10개의 유리병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하나씩 테스트를 진행했다. 피의 유전자 분석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피는 어느 동물의 피도 아니었으며, 어느 인간의 피도 아니었다. 새로운 생명체, 새로운 인류의 출현이었다. 시릴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했다.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러고는 다시. 이것은 오랫동안 외면당한 학자의 습관이었다. 총 10번의 테스트를 하고 나서야 시릴은 그 사람이 멸종된 인류, 네안데르탈인이라는 것임을 믿게 되었다. - [네안데르탈인]

나의 슬픔이 갑작스러운 허기에 조용해졌다. 입에서는 군침이 돌았다. ‘주문이 많은 순’과 ‘찜이 많은 순’의 조합으로 심사숙고 하여 좋은 곳에서 시켰다. 우울할수록 확실하고도 완벽한 ‘대방어회’만이 나를 위로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달 어플에서는 40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1시간이 좀 지나고 뒤늦게 배달이 도착했다. 나는 일어서며 친구에게 말했다

“내가 나갈게.”

현관을 열었다.
그곳에 남자친구가 있었다.  - [더치페이]

효정은 처음 갔었던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이후에 인철이 일하는 주중에는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냈다. 아침을 먹고 카페 앉아서 매일 한 시간 정도 거리를 구경하고, 점심쯤에는 인철이 알려준 맛집 중에 하나를 골라서 밥을 먹었다. 오후면 미술관 하나를 둘러본 후 전기자전거로 센강 근처와 공원들을 돌아다녔다. 어느 한 곳이 좋으면 오랫동안 앉아서 소리를 들었고, 노트에 이것저것 생각들을 적었다. 해가 질 때쯤이면 에펠탑 앞에 있는 잔디밭에서 노을을 구경했다. 에펠탑에서 노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해가 지면 어김없이 인철의 집으로 돌아왔고, 인철이 퇴근하면 둘은 시내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한두 시간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안온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효정은 인철이 자신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 잘 파악할 수 없었다. 그것은 효정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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