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까' 푸념하다 탄생한 책,
남들은 대체 무슨 맛에 살고 있을까?
유난히 힘든 날이나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이’ 뭐하나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을 때 “대체 왜 살지?” 하고 자문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끝없이 묻고 또 묻다가 결국 ‘살 이유가 없잖아’라는 결론을 내려 버리진 않았는지요. 살고 싶은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묻고 또 물었습니다. 대체 왜 사는지요.
그러자 놀랍게도 가장 내밀한 기쁨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종적으로 21명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오늘을 지탱해주는 가장 작은 것에 대해 말합니다. 의외로 생각하지도 못한 작은 것이 우리를 여태껏 붙잡아 주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접하시는 모든 분들이 잠시나마 바쁜 일상을 멈추고 한번쯤 자기에게 질문을 던져보시면 좋겠습니다. 무슨 맛에, 무슨 기쁨으로, 무슨 낙에 오늘도 이렇게 치열히 살고 있는지요. 그리고 종국에는 “이 맛에 내가 살지!” 하며 작은 해답을 얻어 가기를 바랍니다. 지금 21가지 소소한 삶의 낙이 담긴 상자를 언박싱합니다.
프롤로그
1부. 36.5도의 더운 숨, 네가 있어서
DH / 같이
윤지 / 넌 할 수 있어
이재경 / 어떤 아침
장문석 / 고3의 끝에서
Sebas / 너를 만나는 이 맛에
최민지 / 간식가방
2부. 나의 짜릿한 순간, 그때를 기다려
김혜리 / 유월, 찰나의 여름
알미 / 웨딩드레스
이승연 / 햇살엔 세금이 안 붙어서
3부. 인생 뭐 있나요? 잠깐, 이것 좀 먹고요
빵빠리 / 가장 달콤하고 달콤한
에레스 / 커피 한 잔 하실래요?
판다 / 내 삶을 살찌우는 마카롱
4부. 이거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신기하지?
민영 / 야구가 뭐라고
진정 / 어느 일요일의 일상
라쉘 / 내가 수영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만 하면
Hee / Eat, Run, Laugh!
5부. 더 치열하게, 나만의 시그니처 라이프
두부애비 / 비록 내 삶에 사이다는 없지만
Writing Ko / 어린 나그네가 꿈을 꾸었다
두부사랑 / 내 ㅂㅕㅇㅁㅏㅅ은 내가 지킨다
임윤아 / 이것이 과연 삶이라 부를 수 있는 성취인가
은정 / 죽지말고 오래오래, 불행하게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흘러가는 인생 속, 시간과 돈이 비례하지 않는 지극한 현실 앞에서 고민했었다. 선배들이 그랬듯 나 역시 거기에 대해 속 시원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고, 그저 매일의 삶의 이유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려 했다. 돌이켜보면 이제껏 작지만 수많은 순간이 모여 서른 즈음의 날 완성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순간들. (17쪽)
자는 동안 엉망이 된 침대를 빠르게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한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쫓아다니는 눈빛을 느끼며 고양이의 물과 사료를 찰랑찰랑 채워드린다. 고양이들은 그제야 흡족하게 와구와구, 찹찹 식사를 시작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집사로 맞이하는 행복한 아침이다. (28쪽)
이내 맥주 캔이 비자, 대충 양치를 하고는 노곤한 몸으로 침대에 누워 핸드폰 알 람을 맞추다 문득 드는 생각. ‘한 번만 더 나가볼까.’ 일어나 거울을 보니 여자의 뺨은 취기에 찬 듯 붉었는데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이 방과 또 그녀와 어울리는 따스한 빨강. (43쪽)
빽빽한 잎에 머리가 커진 나무 옆으로,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 호기심 많은 강아 지와 편한 복장으로 공원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드문드문 늘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푸드 트럭과 나의 가벼워진 옷차림. 올해 충분히 느끼지 못한 봄, 거기 멈춰있던 나의 계절이 느린 걸음으로 다시 흘러간다. (48쪽)
비 오는 날을 지독하게 싫어했던 아이는 자라서 비 오는 날의 냄새를 좋아하게 되었다. 부는 바람에 따라오는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온전히 느낄 수 도 있게 되었다. 즐겨 듣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햇살엔 세금이 안 붙어 참 다행이야.’ (64쪽)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내가 못나서’ 또는 ‘내가 잘못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야구를 보다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매번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보는 건 아니지만, 특히 마음이 힘들 땐 야구가 내게 쉬운 해답을 준다. 인생이라는 게 꼭 열심히 노력한다고, 잘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고. 야구 경기처럼 인생에도 늘 많은 변수들이 있을 수 있고 만약이란 없으니 때로는 그냥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고. (94쪽)
그런데 신기한 건지 다행인 건지, 속상함과 마음 아픔이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고마움과 행복함도 예고 없이 오는 거 같아. 모든 게 다 잘못된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도 생기거든. 어제는 서러워서 엉엉 울었다가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자연스레 해결되어있는 날이 있는 것처럼. 중요한 건 그런 날이 분명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 거야. (106쪽)
여행지에서 행복한 추억을 정말이지 많이 만들었다. 삿포로에서는 홋카이도에 서만 판다는 한정판 맥주를 먹으며 홀로 오도리공원을 슬슬 산책하기도 하고, 오타루 운하에서는 석양이 지는 하늘을 등지고 유유히 강물을 따라 내려오는 나룻배를 감상하기도 했다. 비에이의 노상온천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온 천수에 몸을 누이고, 흩날리는 눈가루를 머리에 잔뜩 얹으며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130쪽)
보상이 필요할 땐 스스로에게 스티커를 주기도 했다. 조금은 사치스러운 보상. 어릴 때도 안 사본 스티커를 모으는 취미가 생겨 한동안 열심히 모았다. 최근에 도 자그마한 문구점에서 세 장을 샀다. 나의 어린 날을 잊지 않기 위한 의식이면 서도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행복이다. (154쪽)
여전히 나는 불행해졌다 느끼면 또다시 모든 것이 암흑으로 끝나는 연극을 찾아다니거나 그런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미술 작품을 감상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커튼콜에서, 어쩌면 작가의 말에서, 아님 어쩌면 누군가의 인터뷰에서 담담한 얼굴로 살아내고 있는 타인들을 볼 것이다. 저렇게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 안에는 슬픔을 하나하나 견뎌낸 나이테 자국 같은 것이 있는 사람. 그러니까 자기 안의 단단함을 찾아버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1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