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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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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그 글을 세상에 보여주기로 결심하기까지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어떤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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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무명의 소식
판매가 10,000원
상품요약정보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그 글을 세상에 보여주기로 결심하기까지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어떤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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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정보

책 제목: 무명의 소식
저자: 박시은
출판사: 하모니북
출간일: 2023-07-30
분야: 소설
제본: 무선제본
쪽수: 208p
크기: 127*188 (mm)
ISBN: 9791167471178
정가: 10,000원


책 소개

박시은 소설집. 제91회 서정문학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作인 「비둘기」, 문학잡지<다정한시간> 제1호 수록작 「외계인」, 제16회 ‘동서문학상’ 소설부문 맥심상 수상작 「너와 나의 거리」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

어떤 내용을 썼냐고 묻는다면, "부족한 사람들의 부족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답하고 싶다.

대학 시절 수업 시간에 “이해란 내 안의 너를 발견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교수님의 어떤 수업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 말만큼은 머릿속에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나 하나 살기도 버거운 세상에 타인의 마음까지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이나 연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명의 어떤 이들에게서 독자님의 모습을 한 줌 발견하신다면, 그들을 조금은 이해하고 가끔은 기억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보낸다.

왜 글을 썼냐고 묻는다면,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기 시작했다.”라고 답하고 싶다.

이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그 글을 세상에 보여주기로 결심하기까지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어떤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쓰기 시작했다.




저자 소개

박시은
충남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3년 단편소설 ‘비둘기’를 통해 제91회 서정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같은 해 대전의 청년 작가들과 함께 문학잡지 <다정한시간>을 기획, 출간했다. 현재 문학커뮤니티<다시>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브런치 brunch.co.kr/@s2eun2
이메일 da-sieun@naver.com




목차

비둘기
냄새
외계인
보금자리
중앙선
도미노
너와 나의 거리
무명의 소식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비둘기가 싫다. 싫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혐오, 소름이 끼칠 정도다. 내게 가장 심한 욕은 ‘새대가리’, ‘비둘기 같은 놈’이다. 조류란 조류는 모두 싫지만, 비둘기를 유독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둘기의 뻔뻔함이다. 비둘기는 사람이 흘리거나 버린 음식물을 마치 원래부터 주식으로 삼아온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사람의 위 胃에 들어갔다 나온 토사물 따위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새와는 달리, 사람이 다가가도 제집 앞마당인 양 거리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보자면 나도 모르게 욕지기가 나오고 마는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도 그랬다. 집을 나서자마자 날 맞이한 건 비대한 비둘기 한 무리였다. ‘과연 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비둘기 무리를 피해 다른 길로 향하고 있었다. 덕분에 타야 할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고, 서둘러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택시기사는 유난히 말이 많았고, 택시는 신호마다 멈춰 섰다. 출근길 내내 답답함과 짜증, 불안감이 교차했다. 벌써 이런 경우가 몇 번째인지 세기도 힘들다.
출근 시간 직전이 되서야 사무실에 도착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게 모두 비둘기 때문이야.”
- ‘비둘기’ 중에서


묵은 담배 냄새와 버리지 않아 쌓여있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는 그의 작은 방은, 효림에게 좋아하지 않는 반찬에 더 가까웠다.
긴 수험생활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남자친구는 돈 한 푼 쓰지 않고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침대 모서리에서 휴대폰을 만지던 효림은 방 안의 냄새와 자신에게 지분거리는 남자친구의 땀 냄새가 겹치자 코로 숨을 쉬는 것을 멈추고 입으로 숨을 ‘후우’하고 뱉었다 삼켰다. 자정이 다 되어 남자친구가 얼렁뚱땅 효림의 손에 쥐여 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면서 효림은 왜인지 B 팀장이 떠올랐다.
- ‘냄새’ 중에서


“너, 네가 외계인이라는 거 알아?”
“그게 무슨…….”

성우에게 대뜸 반말로 말을 건 영화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한 성우를 아랑곳하지 않고, 씩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성우는 문밖에서 일행이 돌아오는 것이 보여 얼떨결에 명함을 건네주고 말았다. 일행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듣는 외계인이라는 단어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음날 영화는 성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명함에 적힌 회사 주소를 보고 회사 앞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술김에 명함을 건네주기는 했지만, 영화가 찾아올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성우는 영화의 방문이 우산이 없는 날 갑자기 내리는 비처럼 느껴졌다. 영화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했다. 성우는 영화가 단단히 미쳤다는 생각이 들어 대충 얘기를 들어주는 척하다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애들이 취업 스트레스가 많다더니 이렇게 정신병이 걸리는구나 싶었다.
영화는 동족 남자를 찾아서 같이 자기 별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흥분해서 말하는 영화의 피부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화장기 없이도 매끈하고 광이 나는 피부였다. 성우는 영화가 성우 주변의 중년 여성들 사이에 있으면 정말 외계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외계인’ 중에서


“저는 사실 어제, 제 막냇동생을 죽였어요. 어릴 땐 온몸이 아주 말랑말랑, 귀여운 아이였어요. 커서는 취직도 못하는 퀴퀴한 젊은이가 되어버렸지만요. 곧 뉴스에도 나올걸요.”

그녀의 얼굴은 언뜻 보면 태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가가 씰룩거렸다. 내가 놀라기를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욕망을 채워줄 생각이 없다. 살인자의 마음이란, 이미 오래전에 해결한 호기심이었기 때문이다.

- ‘무명의 소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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