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명 | 등과 등 사이의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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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 10,000원 |
상품요약정보 | "여행이란 ‘어딘가로 가는 나’, ‘무언가를 하는 나’를 관찰하는 일이었어." 지금의 ‘나’를 만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홀로 여행을 떠났지만, 혼자이지 않았던 여행자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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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등과 등 사이의 여행
저자: 모두의 이월
출판사: 인디펍
출간일: 2022-04-01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140p
크기: 120*180 (mm)
ISBN: 9791167560896
정가: 10,000원
취업에 실패했다. 어디라도 떠나고 싶었다. 첫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공장에서 모은 돈을 다 털어 유럽으로 떠났다. 빠듯한 일정과 적은 예산으로 도시와 도시를 급히 오가다 외국에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다시 공장에 들어가 돈을 벌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휴가를 받아 잠시 들른 멜버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를 읽었다. 배낭을 메고 800km를 걷는다고 했다. 어떻게 매일 걷지? 그곳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호기심이 일었다. 다음 여행지가 확정되던 순간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앞서 걷는 누군가의 등을 오래도록 보았다. 그 등이 삶을 돌아보아보게 했다. 취업에 실패하고 꿈을 상실할까 두려웠던 시절에 시작된 첫 여행은 마치 모든 게 계획됐던 것처럼 또 다른 꿈을 불러 모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실패가 필요했다. 누군가의 등을 보며 걷다가 그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등을 보며 시작한 여행은 누군가에게 내 등을 보이며 끝이 났다. 등과 등 사이의 여행을 편지로 담았다.
모두의 이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과 안산, 호주에서 삼 년씩 살면서 평생 이곳저곳 떠돌며 살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갖게 됐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안다.
여행이 가르쳐 주었다.
Instagram:
* 프롤로그 <등이 하는 말 中>
카미노에서는 사람들의 등을 보고 걷는다. 마주쳐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겁게 짊어진 배낭만이 잘 걷고 있다는 증표이자 안부다. 내 앞에 걷는 이의 이름과 나이, 국적과 직업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앞선 이의 등은 내 독백의 근원이 되었다.
내가 누군가의 등을 보면서 지난날들을 회상하고 다가올 날을 상상했듯, 누군가도 내 등을 보고 그러하리라.
내 등을 보고 걸을 이에게 내 등에 새겨진 이름들을 소개한다. 나는 그 이름들 덕분에 많은 계절을 살아왔고, 여행자가 되었다.
* 구월에게 <그 시절, 네 눈에 담겼던 내가 지금의 내가 됐어 中>
눈앞에서 오래된 무성 영화가 상영되는 듯했어. 사방은 온통 바람이 불면 모래 먼지가 흩날리는 메마른 땅뿐이었어. 귓속과 가방 안주머니와 휴대폰 케이스 틈새에 낀 모래로 나는 조금씩 사하라와 연결되고 있었어.
하실라비드의 숙소는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려는 한국인들로 가득 찼어. 친절하고, 밥도 맛있고, 인생 사진도 남겨준다는 그곳에서 나도 사흘을 머물기로 했어. 여름이라 기온이 너무 높아서 사막에는 밤에만 들어간다고 했어. 두 밤을 사막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지. 보이는 건 끝없는 모래 언덕과 촘촘하게 별이 박힌 하늘이 다인 곳에서 나는 무얼 생각할까.
모로코 여행을 결심한 건 바로 그 때문이었어.
* 유월에게 <카미노에서 나는 나조차도 본 적이 없는 얼굴로 걸어요 中>
카미노에서 나는 나조차도 본 적이 없는 얼굴로 걸었어요. 자주 울고 싶어지고, 그보다는 더 많이 웃고 싶어졌고요. 혼자 하는 여행이 좋아서 홀로 훌쩍 떠난 건데도 마치 사람 때문에 여행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아주 잠깐은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감격스럽고 뭉클해졌어요.
카미노의 볕은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따가워요. 여름이 오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억들과 게으르게 보냈던 날들과 함부로 내뱉었던 말들과 오만과 혐오와 부끄러움이 쏟아져 내려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던 것은 뜨거운 태양 탓만은 아닐 거예요.
진짜 세계에서 옳은 사람으로 있기 위해 나는 외딴 세계에서 감히 누군가를 용서하고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었어요. 절뚝거리는 다리가 그날들의 증거가 되어주겠죠.
언젠가는 나도 묵묵히 길을 걷는 누군가를 위해, 내 걸음을 멈추고 흙먼지를 지워주고 싶어요.
그러니 엄마, 나는 여행을 떠나야만 하겠어요.
* 이월 단상 中
한때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슴에 안고 비행기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아득한 꿈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시간과 자본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 여행지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숙소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창밖을 구경하면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일상에서는 게으르게 하루를 보내는 날이 대부분이나 여행할 때만큼은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 후회 없는 날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안타까운 것은 수고로운 걸음에도 후회로 가득찬 여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에필로그 <내 등에 새겨진 이름들에게 中>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걷는다는 것은
그 등에 새겨진 이름을 보고 걷는다는 것.
그 이름과 함께 견뎌낸
무수한 계절과 추억, 인생을 보고 걷는다는 것.
내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내게 보여준 그들의 등 덕분이다.
텅 비었던 내 등이 이제는 이름들로 꽉 차 있다.
나는 언제나 그 이름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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