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명 | 동이 틀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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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동이 틀 때까지
저자: 지은이: 이학준
출판사: 디자인이음
출간일: 2020-06-05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91p
크기: 105*150 (mm)
ISBN: 9791188694686
정가: 6,000원
홍대, 스물, 스물아홉, 우리 누나, 정류장, 가난, 장마… ‘정말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저자의 글에는 냉기와 온기가 함께 담겨 줄다리기를 한다. 수필집 <그 시절 나는 강물이었다>와 <괜찮다, 그쟈>에서 특유의 문체로 작가만의 세계를 전달한 이학준의 세번째 책 <동이 틀 때까지>가 청춘문고 4시즌으로 리뉴얼되었다. 작가는 때로는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때로는 뜨거운 땀과 눈물을 흘린다. 집까지 남아 있는 걸음 수를 계산하다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그 무엇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날숨마저도 조심한다.
‘빨리 책상에 앉고 싶습니다.
제가 정말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다가 덜컥 눈물이 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글 한 편을 쓸 때 내용이 뭐가 됐든지 이렇게 눈물을 흘려야만 합니다.’
이학준
『괜찮타, 그쟈』『그 시절 나는 강물이었다』『동이 틀 때까지』 세 권의 수필집.
나를 위한 글쓰기와 당신을 위한 글쓰기, 그 경계선을 넘나들고 싶습니다.
11
홍대
15
스물,스물아홉
19
소고기
23
신광사진관
27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31
스물아홉 어린이
35
봄
39
무제
43
오르막길 입새
47
우리 누나
53
동훈이
59
정류장
63
‘…….’
67
가난
71
택시
77
백일잔치
83
비둘기
87
장마
89
장마2
91
빨래
16 페이지
“떡볶이랑 순대요. … 사장님! 내장도 다 섞어주세요.”찜통에서 제법 머물렀던 내장이 막 삶긴 순대와 한데 섞여 포장됐다. 손에 들린 봉투 안에서 내장이 내심 순대 몰래 뿌듯해한다. 어쨌거나 식기 전에 집에 도착하려면 올 때와 마찬가지로 홍대놀이터 앞을 지나쳐야 한다. 잘 팔리는 순대로 꽉 들어찬 1월 1일의 홍대놀이터 앞. 분식집 비닐봉투를 든 내 모양은 내장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대가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31페이지
해가 떨어지면 잡은 뒤에라도 놔줘야 했던 어린 술래. 더는 해 떨어지는 게 안 무섭다길래 수가 생겼나 봤더니, 여긴 해 떨어지고부터 시작이다. 홍대. 말대로 홍익대는 아니고 그 주변까지 애매하게 일컫는다. 나는 그나마 조용한 곳에 원룸을 잡았지만, 밖을 조용하게 걷기란 쉽지 않았고, 걷다가 걷다가 보니 다름 아닌 홍익대학교 안. 들어 있던 학생들이 밤의 간판들 사이로 빠져나오면 나는 강의실 불들이 꺼진 홍대 안으로 들어간다. 개강한 지 얼마 안 된 때라고 학교는 텅 빈 밤도 신났다. 걷지만 홍익대학교는 별 볼일 없다. 산을 빌려 만든 학교라 좁고 건물들이 복잡하다. 산 때부터 서 있었나, 플라타너스들이 건물과 서먹한 자리 다툼을 벌인다.
44페이지
와우산 공원을 산책하고 오르막길을 다시 내려온다. 학생들이 있던 입새의 가로등엔 불빛들만 남아 허전해 보였다. 가까이 쓰레기 수거차다. 나와 마주치자 자기가 먼저 피해갈 것처럼 하더니 한 곳에서 서는데, 사오 층 원룸에서 많이도 나왔다. 매달렸던 두 명이 내려 살찐 종량제 봉투들을 싣는다. 아까 남학생들이 내놓았는지도 모른다. 무서운 액수로 대출을 받아 편의점 낼 땐 푼돈. 뭘 먹은 것 같았으나, 오르막길 입새에선 대출 걱정만 했으니, 정작 살이 찐 건저기 실린 종량제 봉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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