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정보
책 제목: 도시 엠보싱
저자: 김민훈
출판사: 하모니북(푸른향기 임프린트)
출간일: 2018년 11월 15일
쪽수: 240p
크기: 127*188 (mm)
ISBN: 979-11-964025-7-0 03980
정가: 17,700원
책 소개
사는 게… 왜 이렇게 귀찮죠?
돌아다니는 게 싫었습니다. 침대가 익숙하죠, 항상 무기력했거든요.
퀴퀴한 이불 속에서 바라보는 어둑한 창밖이 친숙합니다. 움직이기 싫어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던 저에겐 여행이란 저 창 너머로 보이는 태양계 밖 항성만큼이나 먼 존재였습니다.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신나서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는 여행기들은 마치 신화 같기도 했죠.
그랬던 내가 여행이라니, 이대로라면 끝도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 것 만 같은 불안함과 남들 다 가는데 나라고 못 갈 것 있겠냐는 오기로 갑작스레 결정한 것이지만 참 걱정되었습니다. 엄마야. 거기 소매치기도 많다던데, 말도 안 통하는데 곤란한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매사에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나. 과연 무사할까?
여행지에서 기록한 생생한 이야기
저자는 3대륙을 여행하며 기록한 일기를 최소한으로 가공하여 엮어냈다. 자존감이 낮다 못해 바닥을 치는 저자에게 있었던 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구질구질하게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 걱정투성이였던 여행에서 뜻밖의 용기를 얻은 저자는 비로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게 되었다며 여행을 한 치 앞조차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길을 밝혀준 등불이라 표현한다.
저자 소개
김민훈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각과 조경을 전공하고 있다. 내성적이고 의존적인 성격으로 오랫동안 스스로를 갉아먹다가, 스물한 살에 잠시 일상에서 멀어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간의 배낭여행을 떠났다. 비행기를 반나절이나 타고 도착한 낯선 땅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법과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0923mm
목차
프롤로그
001. 로마 | 불안 가득 안고, 드디어 도약.
002. 오사카 | 슬럼가 생활, 약자를 사랑하는 법.
003. 런던 | 귀국, 그리고 다시 찾아온 무기력함.
004. 함부르크 | 미운 인간 새끼.
005. 파리 | 예술의 도시.
006. 서울 | 변화란 좋은 거야.
007. 워싱턴 D.C | 푸른 하늘에 우울 뿌리기.
008. 베니스, 카셀, 뮌스터 | 그랜드 아트 투어.
009. 베를린 | 반성의 도시.
010. 암스테르담 | 후회와 추억 그 차이.
011. 제주 | 도랑에 빠진 스쿠터.
012. 브뤼셀 | 나무향 바람이 좋은 곳.
013. 푈클링켄 | 녹이 생명이다.
014. 뉴욕 | 잠들지 않는 도시.
책 속으로
고백이다.나는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
병원의 진단을 받은 적도, 심리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지만 지금 내가 거의 항상 무기력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인터넷 따위로 증상을 공부한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우스운 진단이다. 이런 상태가 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언젠가부터 서서히 자라난 무기력함은 나를 중학생 즈음에 완전히 집어삼켰다. 어떤 사건에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됐다. 마치 선천적인 비염 환자가 비염 없는 삶을 겪어보지 못해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무기력하지 않은 상태가 어떤 것인지도 가물가물해질 지경이라 이제는 침대에서 바라보는 거무튀튀한 창밖이 익숙하다. 게다가 사람이 싫다. 타고난 결여다.
그렇지만 나의 상태가 죽음으로 귀결될 정도로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기에 무기력증은 베일에 꼭꼭 숨겨두었다. 사실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도 있다. 누군가에게 내 상태를 고백하기엔 솔직히 내가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갓 성인이 된 온실 속 화초의 복에 겨운 투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애매한 질병이 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놈과 함께라면 나는 죽을 때가 되어서까지 자괴감에 휩싸여 있을 것 같다.
-프롤로그 중
그 이상한 아저씨를 만난 것은 함부르크 어느 길거리 지하에 위치한 작은 도미토리였다. 그 사람은 내 바로 앞 침대에 머물고 있었는데, 우리가 방에 처음 들어갈 때 노트북을 보느라 누가 들어오는지 돌아보지조차 않더니 일행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곧 돌아보며 나에게 갑자기 ‘헬로오우’ 라며 인사했다. 갑작스러운 인사에 매우 당황한 나는 그 자리에서 ‘하...하이!’ 라 해버렸다. 뇌가 어떻게 된 건지 순간적으로 일본어가 튀어 나간 것인데, 아마 ‘hi’라 알아들은 것 같았다.
- 함부르크 | 미운 인간 새끼 중
잔디색 카펫에 이불을 덮고 누워 드라마를 몰아 보거나 강아지와 놀고 있으면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는 잠시 물러나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즐거운데 게으름이 나쁜 것이라니! 때때로 무기력이 문을 두드리지만, 당당히 맞서기로 했다. 게으름은 나쁜 것이라 학습되어 온 것이 도리어 나의 무기력함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그래, 나, 부지런히 살아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벗은 지 오래다.
- 브뤼셀 | 나무향 바람이 좋은 곳 중
뉴욕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여길 가도, 저길 가도 툭 툭 사람에 치이기 일쑤다. 약속이나 한 듯 발걸음을 빨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가뜩이나 키도 작은데, 대체 왜들 그렇게 급하게 다니는지 한 명 잡아 따지듯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그럴 용기는 없지만, 어깨들에 뒤통수가 치이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다. 시바. 너 얼굴 봤어.
- 뉴욕 | 잠들지 않는 도시 중
저자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