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정보
책 제목: 전도 금지 오늘교
저자: 조서현
출판사: 스틸블링크
출간일: 2020-08-21
분야: 동화, 시집
제본: 무선제본
쪽수: 142p
크기: 129*206 (mm)
ISBN: 9791196947903
정가: 12,000원
책 소개
고등학교 때부터 매일 소원을 빌었습니다. 매일 밤 처음으로 눈을 마주치는 별에게요. 하늘하고만 눈을 마주치면 땅이 속상할 수도 있으니까, 그 후에 바로 시선을 내려서 닿는 땅을 보며 또 한 번 빌었지요.
어쩐지 하늘을 볼 때마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 유난히 밝은 별이 있어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을 즈음, 그래. 이 별이라고…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그 애가 말했습니다,
그거 별 아니라 인공위성일걸.
맙소사. 그게 별이 아니었다니. 퍽 슬펐지요.
아무렴 상관없다고 생각하기까지 오랜 겨울밤들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밤 문득 되돌아보니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온갖 형태의 따스함이 가득하길 빌던 저는, 모든 존재들의 삶에 온갖 형태의 따스함이 가득하게 해 달라고. 별일지 인공위성일지 모를 어느 하늘의 구석과 그와 마주보는 땅을 보며 빌고 있었지요.
스물이라는 나이를 달고 서울에 올라가니 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많은 구름 씨들을 만났고
어느 하늘은 포크가 눕힌 휘핑크림이었고, 너무 규칙적으로 태어났다 죽어버리는 파도들이었고, 비 오는 날의 웅덩이였고, 살짝 고장난 변기통에 한 번 떠내려간 휴지였습니다… 갈기갈기 찢긴.
그 겨울 저는 별을 보지 못해도 소원을 빌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끊임없이. 기꺼이 순진해지기로 결심하는. 아주 순진하지는 않은 글입니다.
저자 소개
서현은 이천년에 태어났다. 예술학과에 재학중이다. 전공 지식을 요하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자와 민들레를 닮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본인은 햄스터도 닮고 싶어한다.
목차
프롤로그
비 오는 날에는 신나는 휘파람을
이 따위도 사랑.
나는 오롯이 슬픔이에요
오로라
에필로그| 꽃과도 산책을 할 수 있나요
외전
그 어떤 오늘들
비눗방울
연
헤어진다는 건
낭만은 무엇
새해
봄꿈
끝을 위한 예쁜 방
인성 동아리
불행
가 단조
그렇다고 세계가 끝나는 것은
너의 추락을 좋아해
언젠가
봄바람 보호소
배부른 보호소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사랑이 어떻게 무해하니.
나는 네가 죽어버릴 게 무서워 죽겠는데.
가끔씩 내 손가락과 네 이파리가 평소보다 세게 스칠 때마다
내 마음 덜컹 떨어지는데.
그렇지만 내 사랑은 슬픔을 이겨.
그것은 사실이었고
비밀의 이파리가 끄덕였다.
내 사랑은 죽음보다 승률이 좋아.
(p.106)
저자의 한마디
종종 삶이 통째로 어디 커다랗게 핀 곰팡이 같을 수 있지요
사이 좋게 삽시다
곰팡이는 온난다습한 환경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너무 차갑고 건조한 사랑은 좀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저는 이십일년을 살았는데도 국어를 잘 몰라요
귀여운 아가시절부터 지금까지 몹시 일관적으로
오다.와 가다.를 구분해서 옳게 쓰지 못한답니다
재미있는 여름 저녁에 양화대교에 갔답니다 한강 물결 사이로 허연 게 떠다녔어요 어디로 둥둥 떠나려나 보는데
그 허연 게 주르륵 잘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 갔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물구덩이에 동그랗게 멈춰 서 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 한참 보니까 그게 아니라 그냥 반사된 빛인가 싶기도 하고
허연 친구 어디로 흘러갔는지 저는 알 길 없지만 아마 그건 오다.와 가다. 사이에서 흐르고 있으려나? 잘 있으려나 궁금해 할 뿐이었죠
오다와 가다가 어떻게 섞이는지
오늘들이 어떻게 시차 속에서도 만나는지
그런 것들을 사랑하게 되면 생존확률이 급격히 저조해지는 우리 지구에서
잘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