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의 묘소로 향하던 소년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소년은 낯설고 기이한 땅에서 눈을 뜨고, 불가사의한 말들과 상황에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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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
이 이야기는 한 소년이 조부모의 묘소로 벌초를 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사후세계를 여행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죽음은 자아의 소멸이 아닌 초인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나는 눈을 까뒤집고 날 집어삼킬 준비를 마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해수면 아래에서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죽는다는 것을.]
-죽음의 전조中
소년은 부모의 차를 타고 조부모의 묘소로 향하는 중이었습니다.
산 중턱을 깎아 만든 좁은 일 차선 도로에서 소년은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소년은 기억을 잃은 채 낯선 곳에서 눈을 뜹니다. 사람들은 그를 ‘13005번째의 죽음’이라 부릅니다.
[“최초의 소년을 만나거라.”
낚시꾼이 말했다.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었다는 듯이.
“대체 최초의 소년이 누구죠? 다들 그를 만나라고 해요.”
“최초의 소년은 최초의 소년이야. 그를 누구라고 말할 수 있겠니.”]
-농담中
이 공간이 사후 세계임을 깨달은 소년은 또 다른 수수께끼의 소년, ‘최초의 소년’에 대해 알게 됩니다.
모두가 그에게 ‘최초의 소년’을 만날 것을 당부합니다. ‘최초의 소년’은 누구일까요?
[“물건, 사람, 생각, 현상 그 모든 건 완성된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오히려 완성된 하나에서 떨어져 나온 조그만 파편이야. 생각해 봐. 왜 우리는 하나하나 지칭해 불러야 했을까? 왜 저걸 꼭 집어 ‘발’이라고 해야 하지? 왜 네 눈 밑에 있는 아주 조그만 그걸 ‘점’이라고 불러야 하지? 이름을 붙이는 순간 유기 관계가 깨지고, 그 단어는 자신이 속해 있던 커다란 집단에서 빠져나와 파편이 된 거야. 우리가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때의 우주는 그냥 ‘무언가’였지. 유일한 ‘무언가’.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인간들이 이름을 붙여 우주를 조각냈거든! 아, 불쌍한 우주. 이름이 너무 많아서 정신분열증에 걸렸을 거야.”]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中
[나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소리 내어 읊어보았다. 바위, 물고기, 나무, 잎사귀, 물결, 온기, 하늘…. 알겠다. 이 이름들은 모두 우주의 작은 조각들이다. 우주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게 아니라, 조각들을 모두 끼워 맞춘 하나의 거대한 퍼즐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을 붙여 우주를 세밀하게 쪼개는 건 우리들의 일이다. 살아가는 이들의 일이다. 살기 위해선 이름이 필요하다.]
-수다쟁이中
13005번째의 죽음은 최초의 소년이 있는 곳에 가까워져 갈수록 더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여정 중에 만난 많은 인물들과의 유대가 그에게 값진 경험을 안겨 줍니다.
[“그런 짓을 한 게 최초의 소년만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야. 잘 모르지만 그는 내가 상상하는 신의 모습과 가장 일치하는 사람이거든.”]
-가면을 쓴 아이中
여정의 끝에 있는 건 ‘최초의 소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