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ZINE vol.105

CONCEPTZINE vol.105 - ‘몰입’

EDITOR’S LETTER

“경희야, 잘 지내? 이번 주 목요일에 합정역 근처에 갈 일이 있는데 저녁 같이 먹을 수 있어?”

제가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친구에게서 받은 카톡 메시지입니다. 친구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2년 넘게 만나지 못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받은 연락이었죠. 컨셉진, 그리고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던 때였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와의 만남이었기에 목요일을 기다리는 그 며칠이 참 행복했어요. 그리고 목요일이 밝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꼭 반전이 있죠?

친구가 약속을 펑크 낸 건 아니었어요. 문제는 제가 너무 바쁜 시기였다는 거죠.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의 저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침부터 부단히 노력했지만, 다음날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모두 마치지 못해 마음이 쪼그라들었어요. 일하는 내내 ‘늦으면 안 돼. 얼른 마무리하고 7시까지는 나가야 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죠.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데도 업무 관련 이메일이나 카톡이 올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고요. 저는 제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인데도, 중간중간 일이 치고 들어올 때마다 친구와의 저녁 약속이 생각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결국, 해야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약속 장소에 가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조금 전까지 우울했던 마음과는 다르게 친구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2년의 공백을 채우려 애썼죠.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제 눈은 여전히 친구를 보고 있고, 고개는 계속 끄덕이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제 머릿속에는 다시 내일 미팅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찼어요. ‘이 정도 준비로 내일 미팅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친구랑 몇 시에 헤어져야 일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찬 저를 친구가 눈치챈 걸까요? 친구는 바쁜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만나자며 다음을 기약하더라고요.

그렇게 2년 만에 만난 친구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오늘 하루를 돌아봤어요. 사무실에서는 친구와의 만남을 생각하고, 친구와의 만남에서는 사무실에서 못 마친 일을 생각했던 하루・・・. 결국 일과 친구, 둘 다 만족시키지 못한 날이었죠.

저의 경험이지만 공감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울리는 스마트폰,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이메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까지・・・, 현재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시대니까요. 본업 외 사이드잡까지 두세 개의 일을 동시에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커지고 있고요.

문득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궁금해 졌어요. 우리가 이렇게 바쁘게 사는 이유도 결국 행복하고 싶어서니까요.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저는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것에 마음도 두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시간에 몰입하는 순간을 많이 만들수록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요?


편집장 김경희

'우리는 매달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컨셉진⟩은 매달 '새로운 주제'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한 달을 살아 볼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입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 하나를 선정하여 아이템, 산책, 컬처, 인터뷰, 독자 사연, 갤러리 등 다양한 형식의 기사로 당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매번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면 ⟨컨셉진⟩과 함께 매달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 보세요.

ITEM - 몰입 앞으로 p8
PLACE - 서교동 산책 p18
SCENE - 몰입의 시간 p50
CULTURE - 몰입 후에 남는 것들 p68
TO LIFE - 투라이프,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p78
GALLERY - 한 획, 한 획 p126
ESSAY - 몰입의 실패 p148
HOME - 나다운 집 p164
VIEWPOINT - 몰입의 경험 p194
CLOSE UP - 몰입 들여다보기 p206
SENTENCE - 이달의 문장 p222
SPECIAL - 몰입 놀이 카드 p234
MONTHLY MISSION - 몰입을 위한 10가지 미션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