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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쁠 것이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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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정보

책 제목: 우리는 바쁠 것이 없었고
저자: 김지현
출판사: 네시오십분
출간일: 21-07-15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160p
크기: 113*183 (mm)
ISBN: 9791196420987
정가: 11,000원

책 소개

소설가로 첫 발을 뗀 저자는 덴마크의 작은 섬마을, 아테네의 아파트, 로마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여행보다 일상에 가까운 시간들을 보냈다. 벽난로가 필요한 덴마크의 봄부터 우기에 접어든 아테네의 겨울까지, 유럽의 계절과 도시의 풍경 속에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과 생활에 대해 사유한다. 먼 나라의 작은 동네와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낯선 감상보다 일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여행기.

저자 소개

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작품 활동 시작.

저서로는 여행에세이 <덴마크 우핑 일기>와 대안학교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저기요, 선생님?>이 있다.

SNS 아이디: 인스타그램 @4.50books

코펜하겐

풍경

노르뷔

일상

오르후스

로스킬레

어둠의 길

문학의 밤

아테네

신전

새로운 일상

예술과 가난

작고 단단한 손

비오는 밤과 케이크

무덤

2019년을 보내며

로마

작은 나라

걸인과 광인

일상으로

책 속으로

오래된 건물이 가득한 도시, 언제나 공사 중인 건물들, 자전거 페달을 시원하게 밟는 무표정한 사람들. 여느 도시가 그렇듯 이 작은 나라의 수도 역시 언제나 분주한 얼굴이었다. 이 분주한 도시에서 참 많이도 걸었다. 일상이 없는 여행자인 우리는 바쁠 것이 없었고 걷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다. (p.8)

노르뷔는 내가 아는 모든 곳 중에서 가장 산책하기 좋은 마을이다. 덴마크에 다시 갈 이유 단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고민도 없이 노르뷔의 호숫가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적하고 조용하지만 잔잔한 생기가 있는 곳, 작은 생명체들이 쫓기지 않고 유영하는 곳. 마을을 오가는 모두가 서로를 향해 손을 들고 인사하는 곳에서 더없이 안전하고 안심하며 우리는 매일 산책했다. (p.20)

5월의 섬은 벽난로의 온기가 필요했다. 벽난로에 불을 지피는 쇠얀과 그가 불 곁에 당겨놓은 의자에 앉아 노곤한 눈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우리의 미래로 꿈꾸게 된 건 모두 노르뷔의 오래된 그 집 덕분이다. 소박한 음식과 손때 묻은 공간, 따뜻한 열기와 걱정 없이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곳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거나 책을 읽는 우리. 그와 함께인 미래를 그려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자연스레 함께 하는 미래가 그려지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의 곁에서 나는 자꾸만 미래를, 영원할 미래를 꿈꿨다. (p.33)

아테네 거리의 예술은 삶과 직결되어 있다. 거리의 연주와 창작은 연습이나 예술적 시도가 아니라 생업이었다. 옷을 두껍게 껴입은 이들은 낡은 기타를 메고 거리로 출근한다. 이들은 기댈 곳을 상상하지 않고 무감한 얼굴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날의 식사를 위해 손끝이 벌게지도록 기탓줄을 튕기고 목청을 높인다. 그의 손등과 팔에 핏줄이 도드라진다. 관광객들이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며 연주를 듣는다. 그 맞은편 건물 앞에서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가 작은 빵 하나와 우유 한 팩을 아이와 나눠 먹고 있다. 구걸하는 손은 잠시 거둔다. 쉬는 시간이다. (p.94)

저자의 한마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만난 다정한 이와 북에서 남으로 유럽을 횡단하며 여행했습니다. 오래된 도시를 이방인의 걸음으로 여행하며 낯선 사람들과 일상의 이야기를 그러모았습니다. 도시 곳곳을 걸었던 발자국을 따라 함께 걸어갈 누군가를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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