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도도봉봉과 싸이월드가 함께 만든 책 『싸이월드 감성』은 이 독특한 오글거림이 2000년대 중후반 유행했던 이유를 분석한다. 싸이월드가 공식적으로 지적재산권이 담긴 이미지를 제공했고, BGM 순위 합계를 내고, 감수했다. 싸이월드 본사가 책을 통해 아카이빙에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싸이월드가 최근 접속장애를 겪은 가운데 아카이빙의 중요성은 새삼 더 부각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을 채우던 그 슬픈 감성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책 『싸이월드 감성』이 들여다보는 주제다.
싸이월드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전 국민의 일기장,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그 시대에는 ‘싸이월드’ 만의 독특한 정서와 글쓰기 방식이 있었다. 한없이 부풀어 오르던 자의식, 실상에 비춰 과도하게 흐느끼며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 과잉된 포즈들, 남발하는 말줄임표 등. 지금은 ‘흑역사’로 치부되는 글과 사진과 시절이었다.
책의 저자 독립출판그룹 도도봉봉은 싸이월드만의 독특한 감성은 흑역사라고 단순화하기엔, 너무나도 보편적인 감각이자 트렌드로 해석했다. 그 무렵 우리는 왜 독특한 감성, 과잉된 슬픔과 감정 노출에 집중했는지 탐구해보며 시대적 배경과 분위기를 함께 떠올려 기록하고자 했다.
『싸이월드 감성』은 비평, 인터뷰, 에세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 시절 감성에 접근해 기록해내고 있다. 비평은 독립출판그룹 도도봉봉의 봉봉과 손지상 소설가의 글로 구성됐다. 비약과 슬픔으로 대표되는 싸이월드 감성은 다양성이 부족한 시대의 특징이다. 분노를 조직화하는 대신 슬픔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많았던 2000년대 중반의 시대상을 분석한다.
싸이월드의 시대였던 2006년. 당시 한 언론이 SBS 가요순위 1위인 뮤티즌송을 분석한 결과 총 44번(그해 12월 17일까지)의 방송 회차 중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 곡들이 무려 25차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랑이라는 테마를 벗어나는 1등곡은 거북이 ‘비행기’ 정도였다. 그 시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당시 대중음악을 두고 이별과 고백을 테마로 한 과잉감성이 중심이었던 시기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소비 지평은 자연스럽게 싸이월드 감성의 기반이 됐다.
- 『싸이월드 감성』 “소몰이 창법 시대의 슬픔…싸이월드 BGM으로 본 감성과잉의 시대 중
‘미니룸’을 탄생시킨 박지영 전 싸이월드 디자인팀장의 인터뷰도 담겼다. ‘싸이월드’의 시작부터 회사가 겪었던 어려움,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아낸 인터뷰는 여태껏 대중이 알지 못하고 궁금했던 일들을 빼곡하게 담아냈다.
“남자들이 만들어서 후지니까 세련되게 만들어달라”
싸이월드 창업자가 2001년 기획인력을 영입할 때 했던 말이다. 싸이월드의 창업 초창기 사업모델은 죽을 쒔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싸이월드의 외양은 미니홈피와 미니룸이 나온 2002년 들어서야 갖춰졌다. 특히 미니룸의 차별성이 두르러졌다.
- 『싸이월드 감성』 “미니룸은 이렇게 탄생했죠” 중
에세이 챕터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감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독립출판그룹 도도봉봉의 봉봉과 혜진의 글이 실렸다. 싸이월드 감성 다이어리 디자인과 어우러진 오글거리지만 슬프고 청량한 글들을 담았다.
“2007.05.20. SG워너비의 음악, 봄날의 축제. 더 이상 이름 붙이지 않아도 좋은 순간. 기적 같은 우연” 무수한 우연이 포개진다. 나는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계산대에 선 채로 점원의 얼굴을 오래 쳐다보았다. 이름표에 잠깐 빼앗긴 눈길을 황황히 되돌렸다. 그는 행사상품은 환불이 되지 않는다며, 내 옷가지를 쇼핑백에 밀어넣었다. 어떻게 그를 모를 수 있을까.
- 『싸이월드 감성』 “우연히 당신 앞에 서게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중
『싸이월드 감성』이 끌어올린 잊고 있던 시절의 기록은 지금 대중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게 될까. 어쩌면 극적인 눈물 모션, 과잉된 감정 속에 숨기고 싶었던 그 시절 우리의 솔직한 감정들을 마주하는 계기가 됐음 한다.
저자 독립출판그룹 도도봉봉은 “현상을 온당하게 평가하고 그것을 발굴해 기록한다는 것,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아 이름을 붙여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하려는 일입니다”라며 책 『싸이월드 감성』이 지향하는 의미에 대해 말했다.
독립출판그룹 도도봉봉은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독립서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립창작물 제작팀이다. 문학과 저널리즘, 서브컬쳐 등 전방위에 걸친 관심으로 창작물을 제작하고, 관련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책 『싸이월드 감성』에는 도도봉봉의 봉봉, 혜진과 손지상 작가가 주요 필진으로 참여했다. 『싸이월드 감성』은 도도봉봉이 제작한 첫 출판물로 텀블벅크라우드펀딩 211%를 달성했다. 도도봉봉은 앞으로 ‘도도봉봉 지식총서’라는 컨텐츠로 문학·저널리즘·서브컬쳐 전반을 아우르는 출판물을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