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정보
책 제목: 도박중독자, 나의 오빠
저자: 채샘
출판사: 글판
출간일: 2019-06-13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188p
크기: 130*195 (mm)
ISBN: 979-11-965772-1-6
정가: 13,000원
책 소개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도박중독에 빠진 당사자의 이야기, 혹은 그 배우자의 이야기를 TV 뉴스나 신문을 통해 종종 접하곤 한다. 그러나 중독자의 형제가 발화의 주인공이 되어 일상을 풀어낸 이야기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도박중독자, 나의 오빠>는 도박중독에서 회복 중인 쌍둥이 오빠와 함께 살며 써내려간 내밀한 기록이다. 사랑하고, 아파하고, 절망하고, '가족병'에서 회복해가는 여정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냈다.
책의 전반부가 가족의 도박문제를 맞닥뜨린 후 겪은 혼란과 갈등을 그려냈다면, 후반부는 회복의 길에서 얻게 된 역설적인 삶의 지혜와 놀라운 우정,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록에는 도박중독 자가진단 테스트와 도박중독문제 해결을 돕는 공동체 및 기관 목록이 수록되어 있다.
가족의 도박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힘들어하는 지인을 돕고 싶은 이, 삶의 고민을 안고 씨름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 소개
채샘(@chae.saerm)
도박중독에서 회복 중인 오빠와 함께 산다. 매주 단도박 가족모임에서 초연함을 배우고 연습하며 ‘가족병’에서 회복 중이다. ‘평온을 청하는 기도’로 아침을 맞고, 밤이면 머리맡에 잔뜩 책을 쌓아놓은 채 모로 누워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를 시청하다 잠든다. 울고 웃고, 지지고 볶으며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
목차
책머리에
1부 도박의 수렁으로
70유로
발각
전조
아빠
엄마
또다시 공범이 되다
대출상담사
출국
2부 아홉 시간의 시차, 8,950km의 거리
화살
사라진 책
유배
크리스마스
카지노
거리두기
엄마의 학구열
탕자
뜻밖의 전화
캠퍼스 투어
3부 도움을 청할 용기
귀국
상담사를 찾아가다
패닉-오빠가 돌아오다
지울 수 없는 낙서
폭풍 전의 고요
전당포
사랑과 증오 사이
실패한 상담
밤톨만 한 기대
4부 단도박 모임을 찾아가다
도박에 완치란 없어요
대나무숲
평생 다녀야 한다니요
금요일을 기다리는 마음
가족병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손상되지 않은 하루
자기 몫의 짐만 지세요
가족이 할 수 있는 최선
재발, 그리고 거부
5부 우리는 서로의 구원
되찾은 일상
기적이 있다면
야유회
100일 잔치
가을연수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우리는 서로의 구원
에필로그 - 너는 너의 싸움을, 나는 나의 싸움을
■ 도박중독 자가진단표(CPGI)
■ 도박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공동체
책 속으로
용돈 벌이는 ‘도박중독’으로 바뀌어 있었고, 나의 오빠는 ‘도박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 <전조> 중에서
TV를 볼 때면 수시로 대부업체 광고가 나왔다. 장난스러운 CM송이 깔리고 친숙한 얼굴의 연예인과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해 빚을 지라고 권했다. 스쿠터를 탄 사내들은 집 앞이며 학교, 직장 등 온 사방 길바닥에 대출 전단을 뿌리며 지나갔다. 자본주의 체제가 건재하는 한 그날의 기억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었다.
- <대출 상담사> 중에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천장과 내벽, 바닥은 모두 광택이 흐르는 화이트 색상으로 통일되어 있었고, 전당포 직원과 손님이 마주하는 접수대에는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전당포 직원의 단정한 용모와 태도는 은행 직원의 그것과 다름없었고, 거래 시스템은 은행처럼 체계적이고 전산화되어 있었다.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로 치장된 공간에선 한 치의 어두운 구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이, 나를 소름 끼치게 했다.
- <전당포> 중에서
자조모임이라…. <브레이킹 배드>, <하우 투 겟 어웨이 머더>, <디 어페어> 등 즐겨보던 영미권 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조도가 낮은 실내에서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환자들이 접이식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빙 둘러앉아 자기의 문제를 고백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드라마에서 생략된 중요한 사실은, 중독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그들끼리 자조모임을 한다는 것이었다.
- <밤톨만 한 기대> 중에서
고칠 수 없다니? 현의 도박문제를 해결하러 모임에 나온 나에게 그들은 도박중독이 ‘완치할 수 없는 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담 조금 아까 단도박 생활을 한 지 10년 차, 20년 차가 됐다고 말한 분들은 다 뭐란 말이지? 나의 마음속 의문이 훤히 들여다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참석자가 말을 이어갔다.
- <도박에 완치란 없어요> 중에서
그러자 그 중독자가 말했다.
“알아. 네가 중독자가 아니라는 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알고 있어. 너한테 술이나 약물 문제는 없겠지. 하지만 그게 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잖아. 세상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강당이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자기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는 사람들이지. 우리는 매일 타인에게 문제를 고백하고 직면하는 연습을 해. 그런데 왜 너는 너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거니?”
-<가을연수> 중에서
저자의 한마디
지금 이 순간도 가족의 도박문제로 아파하고 있을 이들을 생각하며 감히 용기를 내어 책을 썼다. 부디 나의 상처가 당신의 상처와 맞닿아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