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원호 2호: 삶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퀴어 문예지 <일곱 개의 원호>는 성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응원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학을 지향합니다. 소설, 시, 평론, 에세이, 동화 등의 다양한 작품을 싣고 그들의 일상성과 평범함을 보여주며, 모든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을 포함하여 편견과 차별 없는 작품을 향유하고자 합니다.

<일곱 개의 원호> 2호의 주제는 ‘삶’입니다. 일곱 가지 무지개 색깔로 이루어진 프라이드 플래그에는 색상마다 고유한 의미가 있습니다. 프라이드 플래그의 두 번째 색, 빨간색의 의미는 ‘퀴어의 삶’입니다. 퀴어의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퀴어’라는 정체성 안에 묶일 수 있지만, 나이, 세대, 성별, 거주지, 장애, 교육, 계급, 소득, 인종에 따라 삶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퀴어 문예지 <일곱 개의 원호> 2호 ‘퀴어의 삶’은 이런 질문들에 각자의 삶과 문학으로 부딪혀가며 대답해가는 과정들을 담은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의 조건을 이루고 있는 토대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물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삶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곱 개의 원호> 2호가 그런 각자들의 여정에 작은 길잡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김현, 강혜빈, 차도하, 김나은, 최현수, 김완수, 양아람, 김건형, 비이, 웅토템

Instagram: @sevenarq07

[content 1]

> 굿모닝 인사_편집장의 말

> 유리창_소설[김나은]

> 무엇도 해치지 않는 저녁_소설[양아람]

> 사인_동화[김완수]

> 잔망과 무튼_시[강혜빈]

> 러브 포엠 읽기_시[김현]

> 체리가 익어갈 무렵_시[차도하]


[content 2]

> 나는 사실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_에세이[웅토템]

> 나이트 오프 : 외출이 허락된 밤_희곡[최현수]

> 퀴어 되기, 퀴어 하기, 퀴어 쓰기_평론[김건형]

> 프로파간다에서 부치 파이트 착즙하기_연재소설[비이]

> 필진 인터뷰_김나은, 양아람, 김완수, 강혜빈, 차도하, 최현수, 김건형, 비이

> 굿나잇 인사_편집자의 말

> 김나은, 유리창
- 성찬과 지적장애가 있는 현수는 동거까지 한 연인 사이이다. 그러나 현수는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바로 그의 연인 성찬. 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애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았다. 나중에 그게 내 가슴을 반으로 쪼개 놓긴 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점이기도 했다. 자기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흔들리지 않고 계속 그곳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단 하나, 그 애 시야 끝의 점. 난 그 하나가 되고 싶었다. 영원히 매 순간, 그 애의 단 하나가.”

> 양아람, 무엇도 해치지 않는 저녁
- 주인공과 서나는 동네 비건 모임에서 만난 ‘저녁 메이트’이다. 완벽한 둘의 관계는 주인공이 무성애자인 서나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깨어지게 된다. 그들은 다시 ‘무엇도 해치지 않는 저녁’ 식사를 함께할 수 있을까?
“서나와 가까워지면서 비건 모임 사람들과도 종종 만났다. 우리를 연결하는 많은 것들에 이야기할 때면 나는 종종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영하듯 술을 마시며 지내는 날들일 뿐인데도 모든 것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을 만날 때마다 묘한 악의를 느끼곤 했다. 마치 서로를 발견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지만 너는 그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여기는 듯한 힐난이었다.”

> 김완수, 사인
- 초등학교 야구부의 투수 규태는 같은 팀 포수 종후를 볼 때마다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설레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하는 이 감정은 대체 뭘까?
“종후와 친해진 뒤로 마운드에서 딴생각하는 일이 늘었다. 종후로 인해 변한 내 하루하루를 생각하곤 했다. 종후가 좋으면서도 계속 이랬다간 야구에 방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서 점점 야구보다 종후가 커지고 있었다.”

> 강혜빈, 잔망과 무튼
“잔망은 무튼을 발명하고
플라스틱 아기를 만들고
무튼이 잔망을 이해하고
모닥불을 피우고
마시멜로를 구워 먹고”

> 김현, 러브 포엠 읽기
“퀴어의 삶을 쓰고자 하면
오래 입어 무릎이 나온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만”

> 차도하, 체리가 익어갈 무렵
“친하다: 가까이 사귀어 정이 두텁다
그래요, 우리는 아주 친하긴 하지만”

> 웅토템, 나는 사실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 한국 사회에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 무수한 기회와 희망을 빼앗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희망하는 꿈은 무엇일까?
“나는 건강하게 나만의 사랑을 그릴 기회를 얼마나 많이 거세당하며 살아온 걸까.”

> 최현수, 외출이 허락된 밤
- 도둑 1과 도둑 2는 우연히 같은 밤 교무실에 침입한 도둑들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퀴어들에게 어떤 공간일까? 이 야심한 밤, 두 도둑은 무엇을 훔치러 온 것일까?
“난 내 껄 되찾으러 온 거예요. 훔치러 온 게 아니라.”

> 김건형, 퀴어 되기, 퀴어 하기, 퀴어 쓰기
- 김병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평론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정상 규범의 위계와 획일화가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규범으로부터 분리하는 것만도 쉬운 일은 아니다.”

> 비이, 프로파간다에서 부치 파이트 착즙하기
- 전편에서 극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주인공과 ‘꼬마 부치’는 이제 사이좋은 연인 사이이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둘은 단골 레즈바에 놀러 가는데 그곳은 이상한 인터넷 게시글로 왁자지껄하다. 부치 파이트가 아름다운 펨을 차지하기 위해 부치들이 벌이는 피의 혈투라니, 레즈비언이 고대 로마 검투사냐!
“야, 부치가 무슨 가오도 없게 머리채를 잡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