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는지도

매 순간 느꼈던 불안,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 혼자와 함께, 여행의 의미를 되새긴 기록과 필름 카메라로 찍은 순간이 담겨있어요. 희망에 대한 얘기는 없어요. 줄곧 나를 따라다니는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뿐이에요. 여행 에세이인 듯 일기장인 듯한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도 각자의 여행을 생각하셨으면 해요. 때론 그립고, 때론 그립지 않은 순간이 섞여 애틋해진 과거이자 현재의 이야기, 이해하는지도

1인출판사 솔밤 운영
독립출판 <이해하는지도> 출간, 2020
독립출판 <저는 늘 막내입니다> 출간, 2022
문화(아트인사이트, 아트렉쳐 등) 취재기자 및 에디터 약 5년 경력

Instagram: solnight_maesil

뒹굴뒹굴하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한 달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가거나 잠만 자다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서워졌다.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강박관념으로 변해버렸다. 하루가 의미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일찍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다시 누웠다. 바깥에선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차 소리, 그 속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에서 들었던 소리와 비슷하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 목소리, 오토바이 소리, 차 소리. 분명 비슷한 소리인데 다른 느낌이다. 너무 나른했다. 그 나른함 속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며 불안해했지만, 이미 잠이 들었다. 안될 것 같은데 될 것도 같고, 오늘만큼은 되지 않을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선 자고 생각해"

- 이해하는지도 p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