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순환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해당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요청하고, 조경의 맥락에서 보자면 결과적으로 우리 경관 만들기에 사회적 참여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크게 해석할 수 있다.” p.10
“맥하그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설계라는 무대에서 모든 것을 연출하는 장막 위 존재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의 행위자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인간은 더 이상 생략된 주어로서 기능하지 않고 자연은 대상과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Design with nature’가 보여준 지평과 한계를 떠올리며 두 단어의 자리를 바꾸어 읽어보면 어떨까. ‘Nature with design’. 맥하그의 시작은 어쩌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설계 방법론이자 가장 강력한 반면교사이다.” p.24
“…짙은 와인색으로 밀도 있게 직조된 모로코풍의 쿠션은 우리 뿐 아니라 홍대 인근에 떠돌아다니는 많은 주취자들을 매료시켰다. 이전에 가본 적 없고 가 보았어도 익숙해질 수 없는 이질적인 요소들의 혼재는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이는 홍대 앞이기에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p.38
“골목의 모습이 변했다는 사실은 나 역시도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초등학교가 끝나고 떡볶이를 사먹던 골목에서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게 된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찾았던 골목은 언제나 내가 있을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래서 골목을 걷고 있으면 언제 이 골목을 다시 찾더라도 내가 머물 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p.45
“원주민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또는 억지로 쫓겨나게 되면서 그 토지를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던 사회적, 문화적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장소성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중략)… 어떤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땅을 밀어버리면 이전의 것들, 물리적이거나 혹은 비물리적인 것이라도, 그 어떤 것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잘 알아야 한다.” p.81
“…우리의 이야기는 사회적 경관, 대화의 공간, 광장과 사회 등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종교의 다양한 접점으로 이어졌다. 직업병처럼 우리는 영화 곳곳에서 묘사된 공간에 집중했다. 맥락에 따라 같은 공간도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부분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