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뒤로가기
현재 위치

평범한 동네의 하루

(해외배송 가능상품)
기본 정보
상품명 평범한 동네의 하루
판매가 14,000원
배송방법 택배
배송비 3,000원 (50,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버튼
월 렌탈 금액

(개월 기준)
  • 개월 / 월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평범한 동네의 하루 수량증가 수량감소 14000 (  0)
옵션 정보
무이자 할부 | 카드 자세히 보기
?
X

무이자할부 카드안내

  • 법인카드(개인사업자 카드포함)는 무이자 할부 혜택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 BC카드의 경우 BC마크가 없는 경우 무이자 할부 혜택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KB카드
  • 2,3,4,5,6,7 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 10개월 부분 무이자(1,2,3,4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 12개월 부분 무이자(1,2,3,4,5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 12개월 부분 무이자(1,2,3,4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현대카드
  • 2,3,4,5,6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 10개월 부분 무이자(1,2,3,4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 24개월 부분 무이자
    (1,2,3,4,5,6,7,8,9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 18개월 부분 무이자(1,2,3,4,5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 12개월 부분 무이자(1,2,3,4,5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 18개월 부분 무이자
    (1,2,3,4,5,6,7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농협카드
  • 2,3,4,5,6,7 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 10개월 부분 무이자(1,2,3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 12개월 부분 무이자(1,2,3,4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하나카드
  • 2,3,4,5,6,7 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BC카드
  • 12개월 부분 무이자(1,2,3,4개월 고객부담)
    5만원 이상
신한카드
  • 2,3,4,5,6,7 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롯데카드
  • 2,3,4,5,6,7 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삼성카드
  • 2,3,4,5,6,7 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우리카드
  • 2,3,4,5,6,7 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ibk카드
  • 2,3,4,5,6,7 개월 무이자
    5만원 이상
총 상품금액 (수량)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품목 정보

책 제목: 평범한 동네의 하루
저자: 류기일, 권오훈, 황은주, 나주영, 박초롱, 곽민지, 박아름, 정은하, 구달, 황유미
출판사: 딴짓
출간일: 2021-01-27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200p
크기: 128*188 (mm)
ISBN: 979-11-970211-1-4
정가: 14,000원


책 소개
독립출판 작가 10인이 모은 기억의 조각보

지하철에서 한 번도 목적지가 된 적 없는 동네,
이름조차 낯선 동네의 뒷골목을 걷다


딴짓 출판사의 두번째 단행본 『평범한 동네의 하루』는 독립출판 작가 열 명의 동네에 대한 기억의 조각을 모아 엮은 산문집이다. 2020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되된 이 책은, 지극히 사소하지만 바로 그러하기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동네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서다. 출발점은 같았으나 작가들이 풀어놓은 동네의 서사는 열 갈래를 훌쩍 넘어 다채롭게 뻗어나간다. 묻어뒀던 과거를 직면하는 일, 지나간 인연에 대한 아쉬움, 좋았던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새로운 동네에 대한 애정까지.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만 하더라도 결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작가들은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렇게 더욱 풍성하고 깊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왜, ‘평범한 동네’의 이야기일까?

이른바 ‘핫한 길’이 넘쳐난다. 망리단길이나 연트럴파크, 샤로수길처럼 맛집과 눈요깃거리가 많은 동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유튜버와 블로거들이 들렀다는 가게에서 밥을 먹으려면 한두 시간씩 줄을 서는 건 예사고,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월세와 권리금에 원 거주민들은 동네에서 밀려나 도망치듯 떠난다. 동네의 가치는 ‘부동산’의 논리로만 평가된 지 오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허전하다. ‘핫플레이스’가 아니라면 우리가 어떤 동네를 궁금해할 일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일도 없는 걸까? 지하철에서 한 번도 목적지가 된 적 없는 동네, 행정구역상의 이름조차 낯선 동네가 궁금했다. 구의동과 이매동, 일원본동과 산곡동, 삼평동과 당수동…… 나와 내 친구, 우리 주변 누군가의 고향이자 삶터인 그곳. 급조된 감성과 힙함 대신 조금 낯설지만 오래 묵은 향기가 있는 누군가의 동네에 발걸음하고 싶었다.

강남은 지천으로 논밭이었고 잠실은 누에 치던 동네였다는 할머니의 산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두에게는 장소에 얽힌 기억이 있다. 빨리 잊고 싶은 고됨이 스며 있는 곳이든, 밋밋한 일상이 고여 있는 곳이든,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곳이든, 각자의 기억이 모여 동네는 존재한다. 『평범한 동네의 하루』의 저자들이 풀어놓은 건 동네의 기억이자 그 시기를 지나온 자신과의 마주함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찾게 되었을 때, 저자들은 옛 동네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임에 자못 놀란다. 변하지 않은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기억은 빠르게 소환되고, 매일 바쁘게 지나느라 알지 못했던 성장을 깨닫게 된다.


잊고 싶었던 과거의 동네, 그리고 과거의 나

『평범한 동네의 하루』의 동네에 따스한 과거의 기억만 소환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제발 벗어나고 싶은 장소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일 수도 있을 터. 권오훈․나주영 작가는 그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포기하며 ‘망했다’는 말을 쓰는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이 바라보는 미래가 가끔씩 내게도 보였다. 나의 지난날이 생각났다. 늘 뭔가에 억눌려 있어 욱하고 감정이 터지곤 했던 나. 사실은 엄마 아빠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나. 학교에 다녀오면 텅 빈 집 식탁 위 엄마의 쪽지 대신 누군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던 나. 폐렴으로 입원하면서도 병원비 걱정을 내색 않으려는 엄마의 눈치를 보았던 나. 누나가 장학금 때문에 갈 수 있는 대학보다 훨씬 낮게 지원하길 바라지 않았던 나. 벼랑 끝에 한 손으로 매달린 느낌으로,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공부하고 싶지 않던 나. 떠나보낸 줄 알았던 것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솔직하게 인정해야 했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의 세계는 바뀌지 않았다. 인생의 멱살을 잡고 쓰러뜨렸다고 믿었던 건 착각이었다. 내가 시작된 동네를 끔찍이도 혐오했던 시절과, 그로부터 벗어나려 분투한 시절과,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고 느낀 시절을 지나왔을 뿐이었다. _「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중에서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언제 일어나는지, 언제 잠을 자는지, 언제 밥을 먹는지, 언제 집을 나서는지, 샤워는 얼마나 하는지,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무슨 드라마를 보는지, 요새 아프지는 않은지 같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름 없는 이웃들이었다. _「고시원―1평들이 모여 이루는 누군가의 동네」 중에서


내가 선택한 나의 동네에서 살아가는 법

그런가 하면 나고 자란 동네를 떠나 스스로 삶터를 선택하고, 그곳의 이웃들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고향’을 찾게 된 이들도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느슨한 연대가 좋아 해방촌으로 이사 온 곽민지 작가는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며 생긴 소동극을 해방촌의 정경과 함께 풀어놓는다. 서울은 아니지만 시골도 아닌 동네 남양주에서 살다가 홍대로 이사 온 박초롱 작가는 창천동과 성산동의 사람 사는 맛에 반해 밤에만 문을 여는 작은 바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끈끈하게 연대하는 동네. 1인 가구와 3대 대가족이 공존하는 동네. ENFP의 화신이어서 사람과의 관계를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심리적인 나만의 공간은 확고히 갖고 싶은 내게도 잘 맞는 동네다. 나이도 성향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명절과 생일을 함께 보내고, 옥상과 차량을 공유하고, 술은 통일해 마시지 않더라도 겨울 대방어는 클수록 맛있으니 모여서 먹는, 하지만 비건 일행도 군말 없이 배려하는 친구들을 나는 여기에서 다 만났다. 철학과 섹스까지 모든 주제를 밤새 말할 수 있지만 나의 섹스나 나의 철학을 파고들거나 공격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관계도 여기서 참 많이 만났다. _「나와 외국인과 흰 삽살개」 중에서

그 동네가 마음에 들어 나는 성산동에 북바를 냈다.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가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숙한 골목에 있어(심지어 막다른 골목이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늘 길을 헤맸다. 그곳에서 낮에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길 가는 사람들을 구경했고, 밤에는 섬처럼 떠오른 바에 찾아오는 동네 주민들을 맞이했다. 한낮에 창가에 앉아 있으면 길 건너 단독주택에서 ‘난닝구’를 입은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는 걸 볼 수 있었고,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조금씩 커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가게 앞에 앉아 있는 단골 손님과,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리는 친구도 생겼다. 홍대의 번잡함이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조용한 동네였다. _「언젠가는 별다를 게 없어지더라도」 중에서


그 밖에도 『평범한 동네의 하루』에는 ‘구경욕’을 채울 수 있는 서울의 두리번거림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정확한 목적지를 찍어야 하는 쿠퍼티노 근교의 삶으로 옮겨온 류기일 작가의 글, 우연히 찾은 고향에서 어떤 질문을 받고 오래된 인연을 떠올린 황은주 작가의 글, ‘신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해져버릴 정도로 오래된 동네에서 옛 기억을 끄집어올린 박아름 작가의 글, 떠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리워져버린 기술 골짜기의 풍경을 떠올린 정은하 작가의 글, 두 발로 서울 어디든 갈 수 있는 성북동 산책자 구달 작가의 글, 온 가족이 갑자기 떠난 ‘참 좋았던 시절’ 동네에서 보낸 하루의 이야기를 담은 황유미 작가의 글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평범한 동네의 하루를 기록하는 건 그래서 사사로운 기억의 복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열 명의 기억의 조각보를 모아 만든 지도가, 오늘 내 삶은 무사한지 들여다보는 질문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질문의 지도를 그려보는 건 모두가 잠시 멈춰선 지금의 일상에서 더욱 중요한 일이라 믿는다. 당신의 동네는 어떤 모습인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인가.

저자 소개
류기일
전직 책 편집자. 현재 캘리포니아에 산다. 가끔 그림을 그린다.

권오훈
바다를 면한 도시에 오래 살았다. 밥보다 커피, 커피보다 맥주를 좋아한다.

황은주
『딴짓매거진』의 공동 발행인. 서울 동쪽에서 태어나 27년간 살다 서울 서쪽에서 8년째 살고 있다. 잡지와 책을 기획하고 만든다.

나주영
서쪽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는 완주에서 대학교는 부산에서 5년을 보냈다. 지금은 서울 홍은동에서 3년째 살며 정을 붙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열대야 출판사를 설립했다.

박초롱
『딴짓매거진』의 공동 발행인. 『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 『딴짓 좀 하겠습니다』 등을 썼다.

곽민지
작가 겸 팟캐스트 <비혼세> 진행자. 서울 해방촌을 좋아해 눌러앉았다. 『걸어서 환장 속으로』 『난 슬플 땐 봉춤을 춰』 등을 썼다.

박아름
舊 서교동 現 이매동 칩거 장인. 전라도에서 태어나 경기 서남부의 위성도시에 점을 찍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언젠가 별양동 관양동의 이야기도 쓸 날이 있을까 궁금하지만, 기억이 하루가 다르게 흐려져간다.

정은하
피플 애널리스트. 호기심이 많고 냉면을 좋아한다.

구달
에세이스트.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 노원 병, 종로를 거쳐 현재는 성북 갑 선거구에서 투표하고 있다. 『읽는 개 좋아』 『아무튼, 양말』 『한 달의 길이』 등을 썼다.

황유미
아침엔 읽고 낮에는 쓰고, 밤에는 생각한다. 쉬는 날엔 동네 서점에 가는 동네 작가. 『피구왕 서영』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썼다.


목차
모두가 토박이인 동네에서, 모두가 전학생인 동네로
일원본동·쿠퍼티노

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산곡동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
구의동

고시원―1평들이 모여 이루는 누군가의 동네
노량진동

언젠가는 별다를 게 없어지더라도
창천동

나와 외국인과 흰 삽살개
해방촌

오래된 신도시
이매동

판교의 기술 골짜기
삼평동

계속 걷게 만드는 동네
성북동

참 좋았던 시절
당수동

<딴짓>
홈페이지: ddanzit.co.kr
블로그: blog.naver.com/ddanzit_m
페이스북: facebook.com/ddanzitmagazine
인스타그램: instagram.com/ddanzit_m

목차
-


책 속으로

 

 

 

 

 


이곳은 일단 주차장에 앉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산책을 하고 싶다면 등산로 앞 주차장을, 생필품이 필요하다면 마트를 찍어야 한다. 이들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끼니를 해결하고 싶다면? 무엇을 먹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햄버거가 먹고 싶다면 맥도날드를, 쌀국수가 먹고 싶다면 구글맵 별점을 훑은 뒤 가장 괜찮아 보이는 쌀국숫집을 찍어야 한다. 골목길을 걸으며 맛있어 보이는 집을 고를 수가 없다. 이 선후관계의 뒤바뀜(이동하다가 필요를 느낀다→필요를 알고서 이동한다)은 내게 너무 큰 변화였다. 남의 나라에 와서 샴푸와 비누가 바뀌는 것도, 냉면과 순대를 먹을 수 없는 것도 괜찮았다. 다만 일상의 방식이 연역과 귀납처럼 달랐다. 대체 왜 도시가 먼저 내게 재밌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_「모두가 토박이인 동네에서, 모두가 전학생인 동네로」

지금은 안다. 세상에 수많은 동네가 있다는 사실을. 산곡동도 수많은 동네 중 하나이며, 나는 ‘우연히’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우연에는 이유가 없으므로, 우연을 사랑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자유다. 우연을 애써 껴안고 사랑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또는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해도 괜찮다. 다만, 어느 동네에서 태어나든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의 우연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살면서 남들만큼 가지지 못해 마주칠 크고 작은 괴로움 속에서도, 적어도 그 우연만큼은 가끔은 꺼내볼 수 있는 ‘내 것’이 될 테니까. _「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누군가를 맞이할 때가 있을 거라고. 누군가의 지난 시간까지 한꺼번에 몰려올 때가 있을 거라고. 물론 반대일 수도 있을 테다. 느닷없이 생각나는 이에게 불쑥 연락을 건넬 수도 있고, 나의 소식을 전하고 축하받고 싶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언제나 진심을 다해 그 마음을 전하고 받을 수 있을까?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너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느냐고 물을 수 있을까? _「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

고시원은 한 평짜리 집들이 모여 하나의 동네를 이루는 곳이다. 그 동네에선 같은 부엌에서 밥을 해먹고, 같은 샤워실에서 샤워를 한다. 방안에 빨래를 널 수 없어 복도에 건조대가 줄줄이 서 있는 그런 동네다. 옆집 사람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는 꿰고 있는 그런 동네, 어딘가 우울한 공기 가운데 간간이 예능 프로 소리가 흘러나와 견딜 만해지는 그런 동네. _「고시원―1평들이 모여 이루는 누군가의 동네」

나는 산책하는 구보씨 놀이를 하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이 동네를 발견했다. 골목 사이사이에는 ‘대체 왜 여기에 이런 곳이?’라며 나를 의아하게 만드는 가게들이 있었다. 국내문학을 주로 취급하는 책방이나 중고 책과 페미니즘 책을 파는 서점 같은 것들. 비건 빵을 파는 베이커리와 꽃집, 목공소. 예술을 몹시 사랑하는 동네 주민들이 아니고서야 동네 상권만으로는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 짐작되는 것들을 팔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 동네에 놀러올 만한 사람들도 없을 것 같아서 손님이 주인 걱정을 하게 되는 가게. _「언젠가는 별다를 게 없어지더라도」

어느 틈이라도 좋으니 이 동네에 내 자리가 있다는 안락한 희열을 즐길 수 있는 한, 나는 이 동네에 머무를 예정이다. 아, 그리고 방금 거짓말처럼 외국인-할머니-힙스터 순서로 행인 세 명이 지나갔다. 내 말이 거짓말인지 당신도 목격하러 온다면 우린 모르는 사이에 옆자리 술친구로 배정될지도 모른다. 함께 개 주인을 찾아줘도 좋겠고, 어제 만난 틴더남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먼 기대도 함께 품고, 오르막을 달리는 오토바이 엔진 소음을 참으며 나는 오늘도 해방촌에서 잔다. _「나와 외국인과 흰 삽살개」

이렇게 가도 가도 찍어낸 듯 똑같은 풍경을 보고 자라 누군가는 파스타와 닭구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누군가는 책을 만지는 사람이 되어 있고 누군가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다들 이매동을, 분당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지. _「오래된 신도시」

유리 건물이 많은 테크노밸리는 맑은 날엔 파란 하늘이 유리에 비쳐 온통 파랗다. 흐린 날이면 하늘과 건물이 모두 함께 검어져 두 배로 우중충하다. 반면에 집이 있는 서쪽 판교는 가까이 있는 산 덕분에 맑든 흐리든 봄여름가을 내내 푸르다. 격한 감정기복을 만들어주는 회사와 늘 평화로운 집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하다. 한때는 그런 감정기복을 겪는 게 힘들어서 회사를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휘청임 속에서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친구가 되어 남은 것 같다. _「판교의 기술 골짜기」

아파트에 살 때는 단지 곳곳에 소복이 쌓이는 눈을 기분 좋게 바라보기만 했다. 쌓인 눈을 누군가는 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적어야 할 것이다. 경비원분들은 매번 눈을 쓸고 있었을 테니까. 내 눈앞에 서 있는 남산타워는 매일매일 근사한 풍경을 제공하는 한편 살아가는 일에 대한 책임을 일깨운다. 눈이 쌓이면 직접 치울 것,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만 누르면 도착했던 만큼의 높이를 스스로 오르내릴 것. _「계속 걷게 만드는 동네」

두 사람이 1997년 당수동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건, 사실은 나와 동생의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이 아니라 신도시에 이제 막 아파트를 장만하고 걱정이 없었던 어느 삼십대 부부의 삶이었다. 큰 산을 무사히 넘었고, 미래엔 좋은 일이 계속될 거라는 낙관을 할 수 있었던 시절.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더 많지만, 그렇기에 삶의 희망이 매일 새롭게 생겨나던 시기. 아이의 하교 시간, 저녁 반찬, 오늘의 퇴근 시간과 내일 출근과 같은 작고 일상적인 걱정으로만 두 머릿속이 꽉 차 있던 시절 말이다. _「참 좋았던 시절」

상품구매안내

상품결제정보

결제 정보
고액결제의 경우 안전을 위해 카드사에서 확인전화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확인과정에서 도난 카드의 사용이나 타인 명의의 주문등 정상적인 주문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임의로 주문을 보류 또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무통장 입금은 상품 구매 대금은 PC뱅킹,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혹은 가까운 은행에서 직접 입금하시면 됩니다.  
주문시 입력한 입금자명과 실제입금자의 성명이 반드시 일치하여야 하며, 7일 이내로 입금을 하셔야 하며 입금되지 않은 주문은 자동취소 됩니다.

배송정보

배송 안내
  • 배송 방법 : 택배
  • 배송 지역 : 전국지역
  • 배송 비용 : 3,000원
  • 배송 기간 : 3일 ~ 5일
  • 배송 안내 : -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상품은 입금 확인후 배송해 드립니다. 다만, 상품종류에 따라서 상품의 배송이 다소 지연될 수 있습니다.

교환 및 반품정보

교환/반품 안내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상품을 공급 받으신 날로부터 7일이내
  (반품/교환 비용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입니다.)
- 공급받으신 상품 및 용역의 내용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공급받은 날로부터 3월이내, 그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0일이내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고객님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 상품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
- 포장을 개봉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가치가 상실된 경우
- 고객님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상품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복제가 가능한 상품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자세한 내용은 1:1문의, 고객센터(0507-1304-8004)상담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비스문의

서비스 문의

리뷰

게시물이 없습니다

Q&A

게시물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