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잘 죽을 수 있을까?’
안면기형인 채로 태어난 청년은 자기 자신이 항상 불행하다고 여겨왔다.
청년은 이 불행을 끝내기 위해 항상 죽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죽으면 잘 죽을까?’ 라고 매일 생각을 하면서 실행에 옮긴다.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의 몸에도 계속 상처를 가하게 되는데….
뒤늦게 현실을 마주한 뒤, 남은 건 죽음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몸을 던진 주인공. 하지만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다. 그렇게 어떻게 해야 죽을까? 라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 여러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그 자신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그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깨닫게 된다.
그 시발점은 자신 스스로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라는 것을.
죽고 싶은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우리에게 보내는 메세지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할 수 있는 건 없던 나. 이런 나를 부정하고 싶어 거짓말과 남 탓하며 살아오다 결국 죽음과 마주하고 말았다.
‘분명 잘 살려고 한 것밖에 없었는데….’
저자에게 있었던 일들, 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다양한 사건들로 풀어낸 자전적 소설.
'죽지만 않는다면 기적은 언제나 있다'라는 걸, 사실은, 이런 삶에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같은 감정을 느끼고 사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래도 일단 마지막은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래야지만 죽을 때 의미부여를 할 수 있으니. 그렇게 마지막 그림을 그리고 번개탄을 피웠다. 누군가가 손으로 내 목을 조르는 듯 숨 쉴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나는 이 고통을 잊기 위해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으며 침대에 누웠다. 마지막 순간 ‘그도 이렇게 죽어갔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필름처럼 스무 살 기억이 떠올랐다.
누구 때문일까. 내가 죽고 있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나 자신을 부정하게 된 것은.
어디서부터일까. 내가 가려고 하는 길마다 다 엉망이 되고 망가지는 날이 시작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어떻게 왔을까. 자그마한 반지하까지.
도대체 왜 내가 잡으려고만 하면 상황은 더 악화되는 걸까.
- '프롤로그' 중에서
대부분 길 걷다가 걸려 넘어지는 것은 큰 돌이 아니고 작은 돌에 넘어진다. 큰 돌은 확실히 눈에 띄기 때문에 피할 수 있지만 작은 돌은 잘 안보이기 때문에 걸려 넘어진다. 그리곤 사람들은 털고 일어난다. 나도 그 사람들처럼 털고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신발끈이 풀려버렸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버렸다. 스물이라는 청춘을 무모하게 그림에 바친 결과가 처참했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나니 이번에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죽겠구나.’
나는 지금 암흑 같은 터널로 떨어졌다. 거기에 벽만 짚고 앞으로 가고 있는데, 두려움을 잊으려 어떻게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순간은 없어 오히려 검은 개가 나타나 나를 잡아먹는다.
그 검은 개가 나에게 말한다.
“지금 네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없어.”
‘사람 또는 인맥’ 중에서
나는 태어날 때 안면기형으로 태어나, 나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많았다.
문제는 그걸 엄마 혼자 감당해야 했고, 어릴 때 나는 몰랐다.
어릴 때 다 나와 같은 얼굴인 줄 살아오다가, 유치원에 입학하며 다르다는 걸 알았다.
어떤 한 아이가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말했다.
- 야 넌 얼굴이 왜 이래? 이상하게 생겼다.
이때 알았다. 나는 내 얼굴이 다르다는 걸 안 뒤 집에 가 엄마에게 물었다,
- 엄마 친구들이 내 얼굴이 이상하대?
하지만 이때 엄마는 나에게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거짓말로 둘러댔다 .
- 우리 아들 얼굴 안 이상해. 얼굴에 상처 있는 건 어릴 적에 놀다가 다친 거야.
- ‘거짓말’ 중에서
“한 번씩 가면을 써야 할 때가 있어. 그건 누군가가 자꾸 내 인생을 뒤흔들려고 할 때야. 그때 가면 쓰고 최대한 그 사람을 멀리 피하고 돼. 피하고 난 뒤 이제 그 사람을 만나면 안 돼. 그리고 바로 가면을 벗어야 해.
그 가면을 벗지 않으면 어느 순간 편해지면서 다른 사람을 만날 때도 쓰게 될 테니깐. 그리고 그게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이제 그 가면이 너를 힘들어지게 만들 거야.”
만호 형은 느꼈던 걸까. 내가 가면을 쓰고 있는지를. 나는 언제부터 이 가면은 계속 쓰면서 왔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 때 나의 모든 가면이 만들어진 것 같다. 이제 기나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가면’ 중에서
지나가던 사람을 보고 있는데 나무 하나 없는 검게 칠한 아스팔트가 갑자기 나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힘들면 여기로 와. 내가 놀아줄게. 네가 힘든 거 내가 가져갈게."
그 말이 들리는 것처럼 내 마음속은 평온함이 밀려왔다. 내 손은 옥상 난간을 잡고 올라가려는 행동을 취했다. 다행인지. 그 순간 정신을 차렸는지 옥상 난간을 잡던 손을 놓았다. 손을 놓자마자 뒤로 기울어지며 녹색 바닥으로 넘어졌다. 녹색 바닥에 누운 채 일어나지 않고 하늘을 쳐다봤다.
‘내가 언제 하늘을 올려다봤지?’
- ‘험담과 깃털’ 중에서
“정말로 이대로 죽을까?”
그와 같이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죽어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발로 의자를 찬 뒤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러자마자 바로 고통이 밀려왔다. 물에서 숨 참는 고통보다 몇 배 더 밀려오는 듯했다. 내 손은 어느새 살고 싶어 끈을 끊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럴수록 끈이 더욱 조이는 듯했다. 내 발은 허공을 차며 살려달라고 소리 치르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살려고 발버둥을 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온몸은 살아있다고 소리치듯이 “캑캑캑” 이상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 컴퓨터 모니터 빛에 의지해 끈을 서둘러 벗어던졌다. 끈을 벗어 던지고 나니 내 몸은 추위와는 다른 떨림으로 떨고 있었다. 나는 살아있는 걸 느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살아난 이유는 끈이 내 발악을 버티다 못해 끊어지면 살아남았다. 분명 올라갔을 때는 죽으려고 했지만, 막상 죽음이 다가오니 또 몸이 자동으로 발버둥 쳤다. 그랬던 몸은 내려오니 아무것도 못 한 채 떨고 있고, 반대로 머리는 아쉬움이 남았다.
- ‘가랑비’ 중에서
어떻게든 내가 일기는 적는 이유는 인상 깊었던 것도 있지만, 나를 사랑하는 방법과 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느낌
도 받아 적는 것도 있다. 혹시 하루를 허비하고 있다면 한 번 기록해보아라. 그러면 느껴질 것이다.
“네가 그토록 버린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바란 하루라는 걸 말이다.”
- ‘하루’ 중에서
- 아니요. 말해 본 적은 없어요. 어머니는 항상 일이 바빠 말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리고 제 어머니는 느낌으로 알고 계셨을 거예요. 우리는 서로 일부로 안 꺼냈어요. 꺼내면 서로 힘든 걸 아니깐요.
- 내가 아까 말했었죠. 젊은이가 고통을 권력으로 이용한다고. 젊은이가 안면기형으로 인해 파생된 고통을 자해, 자살 시도를 할 때마다 어머니는 자기 가슴으로 다 받고 있었을 거예요. 자기 자신으로 인해 이렇게 됐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어떻게든 부족함 없이 자기 살을 파내서 줬을 거예요. 하지만 젊은이는 전혀 보지 않았죠. 젊은이 힘듦 때문에.
- 그건 말이 안 돼요. 저에게 말을 해줬으면 제가 이렇게 되지 않았어요.
- 젊은이가 말을 안 했잖아요. 힘들다고.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이든 어느 정도 친밀감 생기면 말로 아닌 행동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할 때가 있죠. 그리고 그걸 상대방이 알아봐 줬으면 해요. 하지만 못 알아채죠. 그리고 서운해하죠. 그럴 때는 행동이 아닌 말로 얘기를 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각자 오해가 생길 거에요. 지금처럼.
순간 만호 형이 생각이 났다. 형이 죽고 난 뒤 남아 있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혼자란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