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아니고 생활기예요》는 어느 날 마음에 훅 들어온 작은 도시, 군산에서
한 달 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쓴 책입니다.
가방 하나만 들고 가서 생활인으로 살며, 동네 서점 한길문고에서 작가들의 강연을 듣고
애쓰지 않아도 쉽게 안길 수 있었던 도시의 자연과
관광객은 잘 모르는 역사의 공간을 찾아다녔습니다.
부산에서 인생의 반을 살았고 서울에서 인생의 반 이후를 살고 있는 도시인이 소도시의 온정에 기대어 보낸 기억을 기록하였습니다.
여행하다 한 번쯤 오래 머물고 싶다고 생각했던 도시를 생각하며 읽어주세요.
시작하는 글
군산에 왜 갔어
-미니멀 라이프의 조건/22
- 왜 하필 군산이냐면/28
- 누구나 친하게 지내는 작가님 한 명쯤은 있잖아요/36
군산에서 뭐 했어.
- 두 유 노 한길문고?/58
- 작가 강연회에서 온갖 생각1_여전히 애도하는 사람/68
- 작가 강연회에서 온갖 생각2_PD 님은 공짜를 좋아해서/78
- 작가 강연회에서 온갖 생각2_퍽 곤란한 질문/86
- 작가 강연회에서 온갖 생각2_뜻밖의 세계/96
- 군산에서는 직장인도 1일 1산책 가능/106
- 관광객은 잘 모르는 도시의 역사/132
- 우리 동네에 놀러와/162
군산에서 뭐 먹었어.
- 가자마자 인생짬뽕/178
- 맛집은 몰라요/190
에필로그/198
마무리하는 글
"근처 지나가게 되면 연락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내 책 읽어 주는 독자라고 말하는 배지영 작가님은 자신의 책을 좋아해 주는 어느 독자의 퇴사를 축하하는 마음에 누가 해도 이상하지 않은 가벼운 인사를 건넸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도 군산에 가서 한 달 살기 할 생각이었다”라고 묻고 더블로 갔다. 인사치레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당황하겠지만 작가님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자퇴하고 집에서 밥하겠다는 고등학생 아들을 싸움 한번 없이 원하는 길로 인도했고 무사히 졸업시켜 대학까지 보낸, 김주영 선생님 뺨치는 분이다. 김주영 선생님 뺨을 친 작가님은 “지나갈 일 있으면 잠시 들러”에서 “아니, 한 달 살 거야”로 튀는 급진적인 전개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너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나윤 님은 럭키 걸이예요. 이번 달 한길문고 작가 강연회 라인업이 화려합니다.
11월에 김탁환 작가, S PD, 심윤경 작가, 이영산 작가, 이정명 작가, 김원영 작가 섭외했어요. 나윤 님 한 달 살기 하라고 이렇게 준비했나 보오.”
라는, 친절하고 담백한 회신을 보냈을 뿐이었다.
-누구나 친하게 지내는 작가님 한 명쯤은 있잖아요 中
강연 시작 전, 서울에서 미리 챙겨 온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에 사인을 받았다.
“오! 이 책 절판되었는데 어떻게 구했어요?”
독자가 들고 나타난 24년 전 등단 작은 작가의 시선을 끌 만했다. 처음 발간되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책이라고, 친구한테 빌려주고 못 받아서 다시 산 책이라고, 오래 글을 써 온 작가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내 입에서 나간 말은,
“저 작가님 페친이에요”였다.
어떻게 구했냐고 물었는데 페친이에요, 라니. 마크 주커버그의 사주라도 받았나. 듣고 싶은 말만 듣는데다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페친인데 어쩌라고. 싸인 옆에 엄지 척 모양이라도 그려야 하나, 작가님이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애도하는 사람 中
죄를 고백하고 싶어서는 아니고 갑자기 죄책감이 들었기때문이다. 산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만 낯선 서울에 갇혀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두 사람이 청암산에 오면 얼마나 좋아할까, 나만 좋은 곳에 있는 것이 미안해서 오랜만에 철든 자식의 마음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엄마에게 청암산 사진과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여기 청암산이라는 곳인데 너무 좋지? 나 있을 때 군산에 한 번 와.”
말풍선에 달려있던 숫자 1은 빠르게 사라졌지만 무응답, 이것은 엄마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신호이다. 내 마음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얹어졌다.
-군산에서는 직장인도 1일 1산책 가능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