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용기 있게 한 발짝 내딛어 보자
2017년 어느 날, 나는 친구에게 ‘내년에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가려고 해’라고 말했다. 친구는 나에게 ‘네가?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갈 거라고? 안 갈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2018년 1월, 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친구는 나에게 ‘난 네가 안 갈 줄 알았어.’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4일, 나는 보란 듯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내가 살고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과분한 순간이기를 바란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버킷리스트라 한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으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거창해 보이지만, 버킷리스트엔 정해진 틀이 없다. 오로지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적는 것이기에 부담가질 필요 없다. 예를 들자면 내 버킷리스트는 20대 유럽여행이다. 오로지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이뤄냈다.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감히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기에 쉽게 지칠 수도 없었다. 매순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한계는 있기 마련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와 함께 길을 걸어준 사람들이 있어 든든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더불어 나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내가 아는 장소가 단 한 곳도 없는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을 한 달 동안 여행하면서 나 자신과 가까워질 수 있어, 새로운 감정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한 발짝만 다가서면 되는데 그 한 발짝이 누군가에게는 모험이자 용기가 될 수 있다.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용기 있게 한 발짝 내딛어 보자. 쫄지마, 앞으로 나아갈 뿐이야.
- 주인감성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내 젊음은 비싸 고생을 살 여유가 없다.
- 주인감성
빈 도화지에 불과했던 유럽여행에 밑그림을 그리고 지우길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채색을 하러 갈 시간이었다. 채색하는 동안 ‘여긴 무슨 색으로 칠해야 좋을까?’, ‘다른 색으로 칠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보다는 손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껏 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프롤로그’ 중
다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인 여유롭게 하늘 구경하기를 원 없이 하기로 했다. 그러다 일일 할당량 초과로 그만 하늘에 취해 동공이 풀려버렸다.
- ‘Ⅰ.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가까워지다’ 중
나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아는 장소가 단 한 곳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가야 했지만 새롭고 낯선 이곳이 좋다.
- ‘Hola, 바르셀로나’ 중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도 여행이라는 단어와 만나면 돌연변이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하나 둘 마음 한 켠에 숨겨두기만 했던 이야기를 꺼내어 마음대로 조리했다. 듣는 사람은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이행할 뿐 그 이상의 행동은 필요치 않았다.
- ‘Hola, 바르셀로나’ 중
멀리 갈 필요 없이 오늘의 점심은 마성의 맛 볶음 김치와 한국인의 매운맛 신라면으로 맛있을 수밖에 없는 환상의 조합이다. 그라나다에서 맛보는 한국의 맛이란? 얼큰한 라면 국물에서 한국이 보였다.
- ‘그래도 그라나다’ 중
지금 이 순간만큼은 더위를 잊기로 하고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힘껏 밟았다. 무작정 길을 따라 달리다 카메라에 담고 싶은 풍경을 발견하면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중간중간 막다른 길에 들어서기도 했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였다.
- ‘유일했던 코르도바’ 중
황금의 탑 근처 강가에 앉아 강의 물살을 가로지르는 보트를 바라봤다. 그러다 야간경관조명이 켜진 다리 위에 나 홀로 빛나는 달을 무심코 쳐다봤다. 시끄러움 속 고요함이 느껴져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거기에 강바람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 ‘스페인스러운 세비야’ 중
숙소를 벗어나 동행자와 만남이 약속된 호시우 광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호시우 광장과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의미심장한 웅성거림과도 가까워졌다. 마침내 몇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걸어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다 선두로 걷던 경찰이 발포한 공포탄 소리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거리 한복판에서 총성이라니?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아는 리스본이 맞나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곳과 멀어졌다.
- ‘드디어 포르투갈’ 중
그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코끝을 자극하는 바다 내음에 몸이 먼저 반응해 방향을 틀어버렸다. 눈앞에 펼쳐진 코스타노바 해안은 넋을 놓아버릴 만큼 좋았다. 다같이 바지를 무릎까지 접고 요리조리 뛰어다니다 파도에 휩쓸려 슬리퍼를 잃어버릴 뻔한 동행자를 보며 까르륵 웃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코스타노바 해안을 찾은 건 신의 한 수였다.
- ‘포르투에 매료되다’ 중
가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나는 떠났기에 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좋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진 하루하루라 좋았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었다.
- ‘The end가 아닌 The and 마드리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