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정보
책 제목: 잔이 비었는데요
저자: 장샛별
출판사: 별일있지
출간일: 2019-06-05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156p
크기: 133*195 (mm)
ISBN: 979-11-967140-0-0
정가: 10,000원
책 소개
맛있는 음식이 없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우울한 기분을 술이 아니라면 어떻게 덜어낼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15년차 음주생활자. 사무실에서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음식과 술 얘기만 나오면 열정을 불태우는 저자의 술과 함께한 일상 이야기. 한 잔의 술에 담긴 고민과 생각들, 그리고 함께 잔을 부딪힌 많은 사람들과 여행지의 색다른 공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책은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그 날의 기분에 맞는 술의 어울림을 기본으로 하지만, 술을 즐기지 않더라도 그 맛을 떠올릴 수 있도록 짙은 일상의 고민을 얹어 잘 섞었다. 회사에 지친 하루의 끝에 기울이는 한 잔, 설렜던 누군가와의 추억이 담긴 한 잔, 다시 떠나고 싶은 여행지의 한 잔 등 여러 날들의 기분이 섞인 칵테일 같은 책이다.
저자 소개
어려서부터 밖에서 노는 것보다 책 읽는 것이 좋았다. 종이에 새겨진 문자들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었다. 문자보다는 숫자와 씨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글을 쓰고 말할 때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함께 할 때의 공기가 좋다. 혼자일 때는 마음 속의 고민들이,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따뜻한 유대감이 빈 잔을 술보다 먼저 채운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whisperinging
목차
프롤로그
1장. 홀로 채우는 잔
블루문 | 처음처럼 | 히레사케 | 파울라너 |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 모히토 | 월계관 준마이 750 | 런던 프라이드 | 에비스 | 청하 | 크로넨버그 1664 블랑 | 구름처럼 | 핫 토디 | 깔루아 밀크 | 인디카 IPA | 린데만스 크릭 | 하슬라 IPA | 카베카 데 토이로 | 마가리타 | 호가든 로제 | 카브루 홉탄두 IPA | 더 킹덤 오브 벨지움 | 뱅쇼 | 모엣 샹동 로제 임페리얼 | 진 토닉 | 가쿠 하이볼 | 블루문2 | Hug me | 설중매 골드 | 바바리아 오리지널 | 샌드맨 루비 포트 | 보드 카 선라이즈 | 스미노프 아이스 애플톡 | 아이리쉬 밤 | 바이엔슈테판 | 첫사랑의 향기
2장. 함께 채우는 잔
코젤 다크 | 기네스 | 우도땅콩막걸리 | 수정방 | 베일리스 커피 | 서머스비 | 참이슬 | 과일 막걸리 | 아사히 슈퍼 드라이 | 대강 페일 에일
3장. 여행지에서 채우는 잔
버니니 | 칼스버그 | 키안티 클라시코 | 짐 빔 하이볼 | 타이거 골드 메달 | 마티니 아스티 | 필스너 우르켈 | 아우구스티너 바이스비어 | 딸기 맥주 | 하이네켄 | 브루 케틀 | 빈땅 맥주 | 칭다오 원장맥주 | 히타치노 네스트 | 라루 맥주 | 기린 이치방 시보리 | 킨샤치 레드 라벨 | 에치고 화이트 에일
에필로그
감사의 글
책 속으로
내가 페일 에일, 특히 IPA를 좋아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책의 특징과 비슷하다. 흡인력으로 한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책도 좋지만, 다시 읽고 싶었던 책은 나를 멈추게 만드는 책이다. 그 글자들이 주는 맛을 느끼기 위해,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책장을 덮고 생각에 빠진다. 이 맥주도 그렇다. 중간중간 IPA의 풍성한 향과 여러 재료들이 섞여서 내는 독특한 맛을 음미하기 위해 혀끝의 감각에 집중한다. 이 한 병에 녹아있는 맛의 흔적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하루를 만드는 여러 기분처럼, 인생을 만드는 크고 작은 일들처럼.
-<인디카 IPA> 중,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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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이드웨이』 에서 남자 주인공 마일즈는 61년산 샤토 슈발 블랑을 특별한 날을 위해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런 마일즈에게 여자 주인공 마야는 " 당신이 그 와인을 따는 그 날이 바로 특별한 날이 되는 거에요" 라고 말한다.
먹음직스럽게 요리된 프로방스 포크와 가니쉬로 오븐에 함께 구워낸 채소들, 그리고 기포를 가득 안은 핑크빛 모엣 샹동 로제 한 잔이 저녁 식탁에 올라왔다. 평범한 주말이었던 오늘이 작은 선택으로 특별한 하루가 된다.
-<모엣 샹동 로제 임페리얼> 중, 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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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꽃잎이 떨어지고 나서 더 진해진다. 하얗게 쌓여 도로를 가리던 꽃잎들은 점점 진해져 이제 라일락 같은 보라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스팔트의 파인 틈마다 벚꽃잎이 한가득 채워져있다. 마음에 깊게 난 상처처럼 어제 하루 종일 쏟아진 봄비에도 흩어지지 않았다.
잠시 현실을 떠나있다가 돌아온 기분으로 소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골목에 쌓인 꽃잎은 아침보다 한결 짙어졌다. 지금 내 마음도 그렇다. 너의 이야기를 묻고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서 그 아리던 마음이 더 짙어졌다.
- <참이슬> 중, 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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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지 한참이 지나 혹시 누락된 게 아닐까 걱정했던 슈니첼이 오크통으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돈가스를 닮은 슈니첼 위에 레몬즙을 뿌려 한 조각 입에 넣자, 이내 맥주잔으로 손이 이어진다.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 체코의 시끌벅적한 밤이다. 혀에 닿는 쌉쌀한 맛과 풍성한 황금빛의 향을 가진 필스너 우르켈을 마실 때면 오늘의 분위기와 오크통의 향이 떠오를 것 같다.
- <필스너 우르켈> 중, 124p.
저자의 한마디
제 일상에 위로와 즐거움이 되었던 술과 그 곁을 떠도는 생각들이 한 잔에 녹아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잔이 비면 채워지듯이, 책 속에 비워낸 이야기들을 다른 어떤 새로운 기분과 대화가 채워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마셨던 잔들에 담긴 이야기지만 여러분의 어떤 날, 어떤 한 잔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을 읽다가 그 맛이 간절히 떠올라 술을 찾게 된다면 제가 바라는 이 책을 가장 맛있게 읽는 법이 될 거에요.
좋아하시는 술에 곁들이는 가벼운 안주처럼, 또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장의 한 페이지처럼 가벼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책에는 알콜 도수가 없으니까 수면에도 건강한 식단에도 방해가 되진 않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