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인 무대에서의 공연과 파리에서의 일 년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파리행을 택한다. 낯선 나라에서의 일 년을 모두 다 좋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꽤 좋은 일 년을 보냈고 그 시간을 함께 나누려 한다.
예술을 좋아하는 저자가 파리에서 1년간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글과 사진으로 엮은 책으로, 예술의 도시인 파리에서의 삶과 여행을 통해 느꼈던 감정들, 20대로서의 꿈과 인생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70번의 공연과 65번의 전시 관람을 통해 알게 된 파리의 재즈 바, 전시관, 특별한 장소 추천 글 또한 수록되어 있다.
문성희
좋아하는 것을 말하고, 행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꼈었다. 그러나 20살을 기점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원하는 것들을 찾고, 시작하고, 부딪히는 중이다. 프랑스에서 일 년을 보낸 것도, 책을 쓴 것도 그것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도전은 언제나 두렵고 무섭다. 그러나 실행할 수 있는 지금이다.
예술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푹 빠져본 분야는 영화, 연극, 미술, 재즈이다. 앞으로도 쭉 예술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lalune313@gmail.com
인스타그램 아이디 @moonshs2
10년 전 쯤 파리 여행기를 읽고 파리를 꿈꾸게 됐던 것처럼 이 책도 누군가에게 그런 꿈을 꾸게 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공감과 위로마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선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프롤로그’ 중
파리에서의 1년과 무대에서의 공연 둘 다 나에게는 흔한 기회가 아니었다.그렇게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친구들을 따라 비자 발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파리를 선택한 것이다. 어떠한 1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을 시간을 말이다.
공연은 앞으로도 내가 계속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파리에서의 1년은 이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당장 일주일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는 것도 어려운 내 주변의 어른들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나중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경험들이 내 인생에도, 결국엔 연기를 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리에 가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연극을 하며 생기는 추억들이 더 많아졌고, 그렇게 연극에 대한 사랑이 커갈수록 파리가 너무 싫어졌다. 그래서 가기 싫다는 말도 정말 많이 했었다.
그러나 시간은 계속 흘러 다른 단원들은 다음 작품을 준비하게 됐고, 나는 마지막 연습실을 나오며 엉엉 울었다. 그렇게 파리를 원망하며, 파리에 가게 되었다.
- ‘파리 교환학생 vs 뮤지컬 공연’ 중
앞에는 금빛 불빛들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이, 뒤에는 에펠탑이 반짝이고 있었다. 파리가 예쁜 건 알았지만 이렇게 감동적으로 다가온 건 처음이었다. 아, 역시 해가 지고 난 뒤에 파리는 또 다른 모습이구나. 파리가 왜 사랑에 빠지기 좋은 도시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 앞에 앉아, 파리의 금빛 불빛 아래 낭만을 만끽했다.
- ‘파리의 야경’ 중
프랑스에 오기 전 짐을 쌀 때 나의 캐리어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건 책이었다. 한국에서는 바쁜 생활에 책 한 권 제대로 읽는 게 힘들었는데, 파리에서는 한국에서보다 할 일이 현저히 적고 공원도 많으니까 여유롭게 책을 다 읽고 와야지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내가 가장 관심이 있었던 작가는 헤르만 헤세였기에 들고 온 책 중에는 그가 쓴 데미안과 시집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 우리 기숙사에는 문학을 전공하는 독일인 친구가 있었고, 이날은 이 친구가 혼자 2층 테라스에 앉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다가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시집을 보여줬고, 그는 나의 책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시를 읽어 달라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계속 읽어 달라고 말했고, 나는 결국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손에 닿는 대로 아무 장이나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는 그에게 시를 읽어줬고 그는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 ‘시를 읽어주다’ 중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나의 꿈을 대부분 마음속으로만 품곤 했다. 욕먹지 않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사실은 완벽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언젠가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될 거야. 그러면 그때는 당당해져 있을 것이고 그때는 행동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나는 그대로였다. 나는 여전히 내가 상상하던 그 완벽한 사람은 될 수 없었고 딱 하나 달라졌던 건 도전하는 용기가 생겼다는 거다.
- ‘진짜 ’나‘’ 중
이날은 마침 나를 처음 재즈에 입문하게 한 음악가들의 공연이 있었다. 덕분에 어느 선택보다도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재즈 바가 있는 샤뜰레역 근처를 멍하니 걷고 있는데 누군가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재즈 음악가였다. 이렇게 먼저 알아봐 주는 사이가 된 것도 내가 파리에서 보낸 지난 시간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난 재즈 바,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 바를 정리하며 노래를 부르고 장난을 치는 바텐더,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음악가들 그리고 바에 앉아있는 음악가와 나. 이 모든 순간이 완벽했다. 비 오는 파리 거리 곳곳을 지나며 시작했던 1년의 첫날처럼 공연이 끝난 재즈 바에서 음악가들과 함께 잊지 못할 마지막 날이 끝이 났다.
- ‘마지막 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