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됐다. 이거 증말 좆됐다.’ 그 찰나의 순간에 마음속으로 좆을 벌써 두 번이나 찾은 뒤에야 차는 돌출된 턱을 박아 위로 솟더니 이내 고꾸라지듯 떨어졌다. 겨우 차를 멈췄을 때에는 우리 것으로 보이는 스플래시 실드가 사방에 박살 난 채로 뒹굴고 있었고, 전면 범퍼와 전조등이 덜렁대고 있었다. --- 차를 박살내다.
로건 할아버지는 한 손에 담배를 든 채 우리 차 보닛을 열더니 외마디 shit을 내질렀다. 할아버지는 그 뒤로 20분 여간 shit과 fuck을 제외한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shit과 fuck을 적절히 번갈아가며 내뱉었다. 그렇게 한참을 심각한 표정으로 싯싯퍽퍽 하고는 우리에게 ‘수리 견적 3,000달러’라는 사망선고를 내렸다. 가슴이 우리 범퍼마냥 덜컹 내려앉았다. 우리에겐 3,000불이라는 큰돈이 없을뿐더러, 있다해도 3,000불을 투자할 만한 차가 아니었다. 그럴 바엔 기분 전환 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오함마로 차를 마저 부수고 3,000불짜리 중고차를 알아보는 편이 현명했다. --- 차 수리를 포기하다.
평소에도 맥주를 좋아하는 나지만, 여행지에서의 음주는 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여행과 맥주에 대한 나만의 지론은, 여행지에서 음주는 이르면 이를수록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좋다는 것이다. 취기를 가진 채로 낯선 곳을 들여다보는 일만큼 즐거운 일도 없기 때문이다. --- 맥주 강박증에 시달리다.
침대는 사기다. 여태껏 추운 텐트 또는 딱딱한 트렁크, 최소한의 인권도 박탈당한 채 선택지 같지도 않은 선택지 중에 하루하루 잠들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면 침대는 진정한 안식처였다. 이제야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 주장하는 자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 침대는 싸이언스다.
이 구린 자전거를 타고 세 시간이나 언덕을 오르고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사타구니에서 설명할 수 없는, 아니 설명하기 싫은 고통이 밀려왔다. 더 이상 자전거를 타면 영 좋지 못한 부분이 영영 좋지 못할 것만 같아 서둘러 '졌잘싸'를 외치고 일주를 포기해야 했다. 때론 패배해야만 지켜낼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번만큼은 '졌잘싸'가 아닌 '싸잘졌'이었다. --- 내 소중한 장래를 지켜내다.
사막에 부는 바람이 모래를 안고 가면서 어떤 돌은 모래 밑에 잠기고 어떤 돌은 고개를 내민다고 한다. 내일은 어떤 돌이 잠기고 어떤 돌이 모습을 드러낼까? 그저 눈을 뜨는 것들이 눈을 감는 것들보다 많길 바랄 뿐이다. --- 피나클 사막에는 매일 다른 돌이 눈을 뜬다.
그런데 이 매니저, 특유의 사무적인 말투로 체크인 절차를 밟는 와중에 계속 내 얼굴을 힐끔힐끔 보는 것 아닌가? 아무리 내 이목구비가 신기하게 생겼다지만 초면부터 남의 얼굴을 파브르 배추벌레 훑듯 살피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돼 한마디 하려는 순간, “혹시 북서울중학교 나오셨어요?” --- 시드니에서 동창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