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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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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잘 지내요 고양이 - 세상의 모든 고양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에세이

저자: 손명주

출판사: 하모니북

출간일: 2019-02-19

분야: 사진에세이, 반려동물(고양이)

쪽수: 160p

크기: 127*188 (mm)

ISBN: 979-11-965378-7-6 [03810]

정가: 16,500원


책 소개
제주에서 만난 집고양이와 길고양이, 각각을 화자로 풀어낸 이야기.
펫숍에서 태어나 병든 채로 철창에 누워 있다 인간에게 입양된 반려고양이.
길에서 태어나 고단하게 살아가다 어느 인간의 집 돌담을 넘은 길고양이.
태어나자마자 혹독한 세상을 마주하고도 자아를 지닌 생명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는 두 고양이의 이야기를 저자만의 시선과 감성으로 담아냈다. 덤덤하게 때론 유쾌하게 써내려간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두 고양이의 일기를 옮겨놓은 듯 생생하다.
힘없이 누워 더럽고 냄새나는 철창 밖의 세상을 상상하던 어느 날, 마법처럼 누군가의 품에 안겨 펫숍을 떠난 고양이는 마리라는 이름의 반려고양이로 살아가던 중 제주도로 이사를 간다.
배고픈 채로 마을을 헤매고 다니던 어린 길고양이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데에 신물이 나 돌담을 넘어 어느 집 마당을 들어간다.
다르게 살아온 두 고양이가 제주도 시골집에서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이 책은 집사를 따라 제주로 온 반려고양이와 우연히 그 집의 담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온 길고양이가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두 고양이의 생생한 목소리는 깊이 있는 서사와 감동을 넘어 동물들의 삶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건 결국, 인간을 집사로 여길 정도로 도도한 고양이도 실은 인간처럼 외로워하고 아파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지닌 생명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보살핌과 길 위에서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길고양이 이야기를 통해, 본능뿐이라고 생각하는 동물도 실은 매 순간의 선택들을 모아서 삶을 꾸려가고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고양이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바친다.

저자 소개
손명주
제주로 피난 왔습니다.
동물원과 동물 쇼를 반대합니다.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남자는 여행(공저)>을 썼고,
독립출판으로 제주의 작은 작업실, 잘 지내요, 내 이름을 알려줘, 쓰기와 생활을 썼습니다.
slavecdma@naver.com
인스타그램 아이디 @sonmyeongju

목차
프롤로그 
1. 가족이어서 고마워 - 마리 편 
나만 빠진 순번표 | 시간아 멈추어 줘 | 나를 사면 좋겠어 | 날 기억할까  | 손님 | 왜 나였을까 | 나에게 무슨 일이 | 이제 꿈꾸지 않을래 | 나 데리러 올거지? | 여기가 나의 집 | 미워 미워 | 내겐 가족이야 | 우아한 고양이 | 엄마가 생각나 | 이제 그만 돌아와 줘 | 내가 그렇게 걱정 돼? | 숨바꼭질 | 마법의 서랍 | 폭탄선언 | 맙소사, 제주 | 마당에 나온 고양이 | 아! 자유 | 산책 | 불청객들 | 상추와 할머니 | 또 다른 불청객 | 똥키 | 밤이 오면 | 겨울 | 고양이의 시간 | 새해 소원 | 봄의 전쟁 | 새 식구 | 이별 | 고양이는 인간과 달라 | 귀찮아 | 제주에서 4년 | 반려 고양이란
2. 굳세어라 길고양이 - 똥키 편
빈 기억 | 새끼 길고양이의 식사법 | 비가 오면 | 기도  | 다만 배가 고플 뿐 | 길고양이에게 인간은 | 풍경 속으로 | 자존심 따위 | 염분과 비만 | 앞당겨진 이별 | 뒤늦은 후회 | 재회 | 의존적 고양이의 앞날 | 고양이의 정체성 | 필살기 | 하얀 고양이 | 마리 | 하늘에서 사료가 내린다면 | 나 괜찮아 | 이제 어른 | 허약한 어른 고양이 | 묘생역전 | 물거품이 될 | 행복한 길고양이 | 사소하고 잔인한 | 동물의 삶 | 침입자 | 발톱을 세워 | 어떻게 해야 할까 | 녀석의 숨소리 | 애기라는 고양이 | 길고양이의 방식 | 당당하게 살아가기 | 안녕
에필로그 

책 속으로

 

난 오늘도 꿈을 꿔. 어제도 꾸었고, 아마 내일도 똑같은 꿈을 꿀 거야.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 세계를 실제로 본적은 없어. 현실 속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몰라. 그곳에선 어떤 냄새가 나는지, 그곳의 생명들은 어떻게 숨을 쉬는지도 몰라. 하지만 분명 여기와는 다를 것 같아.
기운이 없지만 몸을 일으켜 움직여야 해. 그리고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려야 해. 어쩌면 영원히 꿈으로만 남게 될 그 세계를 만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야. 지금까지 몇 번의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 되었어. 인간들은 나에게 호기심을 보이다가도 결정의 순간에는 다른 고양이를 데리고 갔어.
오늘도 한 고양이가 인간의 품에 안겨 이곳을 떠났어. 정해진 순번이라도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그 순번표에 나는 빠져 있어. 인간들은 나 같은 고양이는 거들떠보지도 않거든.
- 나만 빠진 순번표 中

홀로 갇힌 철창 안으로 찾아오는 계절만이 내 유일한 손님이야. 여름에 태어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숨 막히도록 텁텁한 공기였어. 펫숍의 여름은 잔인하도록 무더웠지. 힘겹게 버텨내고 나니까 열린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어. 바람은 산들산들 내 목덜미 털을 흔들었어. 하지만 바람은 내 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어. 바람과 함께 사라진 가을을 따라 나도 저 창을 넘고 싶었어. 하지만 내 앞은 늘 철창이 가로막고 서 있어. 순번에 맞춰 이곳을 나간 고양이들처럼, 그렇게 가을은 떠났고, 또다시 나만 남겨졌어. 그리고 이번엔 찬 공기가 내 코끝을 시리게 하고 있어.
- 손님 中

아빠는 아침마다 사냥을 하러 나가. 그리곤 저녁이 되어서야 들어오는데, 항상 빈손이야. 아빠는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서 쓰러져 자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또 나가. 낮에 뭐하고 돌아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냥에 소질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해.
- 숨바꼭질 中

엄마 아빠는 오랫동안 집을 비울 생각으로 나간 것 같아. 기다려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 어제는 울다 지쳐 잠들었지만, 오늘은 기다림에 지쳐 잠이 들 것 같아. 그만 포기하고 싶어. 하지만 엄마 아빠가 없는 집에서 나 혼자 살아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어.
- 이제 그만 돌아와 줘 中

겨우내 엄마 아빠는 나와 함께 집 안에서만 지내고 있어. 사쿠라 할머니도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것 같아. 엄마 아빠는 이 겨울만은 상추를 먹지 않아서 행복하대.
아빠는 도시에서 살 때처럼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아. 저녁때면 썩은 표정으로 들어와 지친 몸을 침대에 던져 눕지도 않아. 엄마도 하루 종일 방에 들어가서 일을 하지 않아. 그냥 아무 것도 안 해.
겨울은 고양이와 닮았어. 쓸쓸하고, 차갑고, 고립되기 쉬운 겨울처럼, 고양이는 스스로 고독을 즐기며 살고 있어. 그리고 지금 엄마 아빠도 그렇게 ‘고양이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야.
- 고양이의 시간 中

난 매일 인간들의 쓰레기통을 뒤져. 거기에는 먹을 것이 있어. 플라스틱과 유리병 더미 속에서 음식물을 찾아내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아. 그걸 버린 인간들조차도 맡기 역겨운 냄새가 솔솔 풍기거든.
냄새는 항상 꽁꽁 묶인 봉지 속에서 풍겨져 나와. 다행히 봉지는 내 여린 발톱으로도 쉽게 찢어져. 그 틈을 헤집어서 찾아낸 음식물 쓰레기만이 내 배를 채워줄 유일한 음식이야.
새끼 길고양이에게 여유 있는 식사는 허락되지 않아. 인간의 돌팔매를 피하려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먹어야 해. 그리고 이 냄새는 나만 맡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다른 길고양이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덩치 큰 길고양이가 나타나기 전에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 해. 허겁지겁, 닥치는 대로, 그리고 미친 듯이. 그것만이 나에게 허락된 식사법이야.
- 새끼 길고양이의 식사법 中

나는 이 추위를 견뎌내고 다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늘조차 외면한 길고양이의 겨울은 춥고 배고파. 오직 인간만을 위해 내려주는 저 하얀 눈이 길고양이에겐 저주나 다름없어. 쥐와 도마뱀은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눈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것들을 잡아먹을 수 없는 우리들을 위해 하늘은 어떤 은총도 내려주지 않아.
- 하늘에서 사료가 내린다면 中

고양이를 키운다는 게 마치 집사와도 같은 삶이라는 걸 몰랐었다. 소파에는 백두산 금강송에 새겨져 있을 것 같은 호랑이 발톱자국과 똑같은 것이 새겨졌고, 거실 한복판에는 고양이 장난감들이 나뒹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모던, 앤틱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인테리어 정체성의 집에 살게 되었다. 이불과 옷, 수건과 발 매트에 붙은 고양이 털, 매일 깨끗하게 비워줘야 하는 화장실도 집사로서 감수해야 할 것들이었다.
여행을 갈 때도 고양이가 걸렸다. 우리들의 일시적 부재를 영원한 이별로 착각하면 어떡할까?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마냥 즐겁지 않았다.
길고양이는 도시에서도 자주 봤다. 그때는 그들이 내 삶에 들어오진 않았다. 초췌한 모습이 마음 아팠지만 내 발길을 붙들지는 않았다. 도시는 바쁜 곳이었고, 내 몸 건사하기에도 숨이 차는 곳이었다. 이곳 제주에서도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건너는 길고양이를 매일 본다. 그리고 아스팔트에 말라붙어 있는 고양이 사체 앞에서 나의 행복에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 말고 나에겐 무슨 자격이 있나? 고양이로 태어난 것 말고 저들에겐 무슨 죄가 있나?
길 위의 고양이도 모두 행복하기를.
-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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